일방적 외국법원 이혼판결 국내효력 없다

  • 입력 2002년 6월 7일 18시 25분


외국 법원에 일방적으로 이혼소송을 내 승소한 70대 남자가 “국내에서 효력이 없는 판결”이라는 이유로 다른 여성과의 재혼까지 취소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민모씨(62·여)와 사이에 2남1녀를 둔 조모씨(70)는 “먼저 터를 잡겠다”며 혼자 캐나다로 이민간 뒤 98년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민씨는 캐나다에서 날아온 소장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조씨는 손쉽게 이혼판결을 받아냈다. 조씨는 이후 최모씨(52·여)와 재혼했다.

민씨는 2000년 6월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외국에서의 이혼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혼 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사건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4단독 김필곤(金泌坤) 판사는 지난달 말 “두 사람의 이혼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조씨의 재혼신고는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김 판사는 “외국 법원의 재판 관할권을 인정하려면 국내에 거주하는 소송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응소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며 “조씨가 외국에서 일방적으로 받은 판결은 요건이 결여돼 국내에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두 사람의 이혼이 무효인 이상 조씨와 최씨와의 재혼은 민법상 중혼에 해당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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