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브리핑]英바이롬사 이번에는 숙박업소 울린다

  • 입력 2002년 6월 7일 18시 25분


2002월드컵 지정업체인 국내 관광호텔 등 숙박업체들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숙박대행사인 영국 바이롬사의 횡포로 큰 피해를 볼 처지에 놓였다.

바이롬사는 지난해 전국 217개 관광호텔을 상대로 월드컵 기간 전체의 70%에 달하는 79만6158객실을 확보했으나 해약에 따른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되는 4월30일까지 당초의 70.7%인 56만2863객실을 해약, 국내 숙박업체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줬다. 바이롬사는 5월 들어서도 2만9033객실을 추가 해약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약 위약금을 물 수 없다고 버티고 있어 다시 한번 국내 숙박업체들을 울리고 있다.

지난해 바이롬사와 국내 숙박업체가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바이롬사는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를 통해 △4월30일까지 확정되지 않은 객실을 모두 해약해야 하며 △이후에는 확정 숙박일 30일 전에 서면 통지할 경우 총 객실의 15%를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고 △확정 숙박일 3일 전부터 30일전까지는 총 객실의 10%까지를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다.

문제는 위약금 면제 기준인 ‘총 객실’ 수. 국내 호텔은 계약에 따라 미확정 객실이 모두 없어진 4월30일 기준으로 23만3295객실을 ‘총 객실’로 보고 있는 반면 바이롬사는 당초 계약 물량인 79만6158객실을 주장하고 있다. 바이롬사의 주장대로라면 5월 이후에 해약한 객실은 총 객실의 10∼15%에 해당돼 위약금을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것.

바이롬사가 월드컵 개막을 눈앞에 둔 4월 한달 새에 27만7683객실을 해약하는 바람에 갑자기 늘어난 빈방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던 국내 숙박업체는 위약금 논란까지 터지자 일제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달 말 대량 해약 통보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된 A호텔 관계자는 “충격이 컸다. 바이롬사가 계약서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이롬사는 월드컵 16강 진출국과 대진표가 불투명한 만큼 미확정 객실을 보유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 7일 현재도 바이롬사가 보유한 총 20만4262객실 중 예약이 확정된 물량은 17만2968객실로 나머지 3만1294객실은 추가 해약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월드컵 입장권 판매 대행사로 ‘경기장 공석 파문’을 몰고 온 바이롬사가 호텔 위약금 문제까지 일으키자 관련업계에서는 “이런 유령단체를 월드컵 대행사로 지정한 FIFA나 이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KOWOC는 도대체 뭐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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