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최근 송모 총경이 지난해 서울시내 서장으로 재직하면서 관내 주민들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판공비 1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행정자치부에 송 총경의 파면을 상신했다.
경찰은 그러나 비슷한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다른 부처의 공무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해온 것과는 달리 송 총경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경찰의 이 같은 일처리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2000년 5월에도 당시 서울시내 서장이던 성모 총경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청 자체 감찰을 받던 중 사표를 내자 사표만 수리하고 형사처벌을 하지 않았다.
경찰의 이런 제 식구 감싸기는 뇌물수수 혐의로 적발된 경찰관과 실제 구속된 경찰관의 수를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1999년 뇌물수수 혐의로 적발된 경찰관은 21명이었으나 구속된 경찰관은 단 2명에 그쳤다. 2000년 역시 40명의 경찰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적발됐으나 구속된 경찰관은 11명밖에 안됐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문제가 터지면 사표를 내면 된다’는 식의 생각이 퍼져 경찰관들의 비리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처리 관행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 감사담당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동료로서 파면시키는 것도 가혹한 데 어떻게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 감사 담당 직원은 심지어 “나도 이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할 정도다.
이와 관련해 정부 타 부처 공무원들은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자기 부처 직원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경찰이 다른 부처 공무원들을 형사처벌할 자격이 있느냐”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