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제식구 감싸기’ 심하다

  • 입력 2002년 6월 9일 22시 21분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경찰관들을 형사처벌하지 않는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비난을 사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송모 총경이 지난해 서울시내 서장으로 재직하면서 관내 주민들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판공비 1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행정자치부에 송 총경의 파면을 상신했다.

경찰은 그러나 비슷한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다른 부처의 공무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해온 것과는 달리 송 총경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경찰의 이 같은 일처리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2000년 5월에도 당시 서울시내 서장이던 성모 총경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청 자체 감찰을 받던 중 사표를 내자 사표만 수리하고 형사처벌을 하지 않았다.

경찰의 이런 제 식구 감싸기는 뇌물수수 혐의로 적발된 경찰관과 실제 구속된 경찰관의 수를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1999년 뇌물수수 혐의로 적발된 경찰관은 21명이었으나 구속된 경찰관은 단 2명에 그쳤다. 2000년 역시 40명의 경찰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적발됐으나 구속된 경찰관은 11명밖에 안됐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문제가 터지면 사표를 내면 된다’는 식의 생각이 퍼져 경찰관들의 비리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처리 관행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 감사담당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동료로서 파면시키는 것도 가혹한 데 어떻게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 감사 담당 직원은 심지어 “나도 이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할 정도다.

이와 관련해 정부 타 부처 공무원들은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자기 부처 직원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경찰이 다른 부처 공무원들을 형사처벌할 자격이 있느냐”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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