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37·서울 동작구 대방동)는 지방선거일인 13일 오전 서울시의원과 구청장, 구의원 투표용지를 받아들곤 무조건 같은 기호를 찍고 투표소를 나왔다.
김씨는 "그동안 온통 축구에 신경쓰느라 솔직히 누가 출마했는지, 기호 ×번이 누군지 이름도 모른다"며 "아내가 투표하고 놀러가자고 해서 빨리 찍고 나왔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사상 최저 투표율이 기록된 이날 투표는 후보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정당만 보고 투표하거나 마구잡이식으로 투표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학생 한모씨(26·서울 송파구 가락동)는 5장의 투표 용지를 순서대로 활용했다. 첫 장에는 1번, 두 번째 장에는 2번을 찍는 식이었다.
한씨는 "어차피 후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여서 고민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 5장을 기호순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신모씨(26·여·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얼굴을 보고 투표한 경우. 신씨는 "광역과 기초단체장 후보 가운데 선거 벽보의 사진을 보고 가장 인상이 좋은 사람을 찍었다"며 "나머지 3장의 투표용지는 아예 기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접할 수 있는 정보가 후보들의 홍보물 뿐인데 홍보물에는 장밋빛 공약이 대부분"이라며 "공약을 보고 찍으나 얼굴을 보고 찍으나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른선거시민모임 이명희(李明姬) 회장은 "이번 지방선거는 월드컵 축구 경기 때문에 특히 유권자들의 관심이 낮은 것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투표를 하지 않거나 마구잡이식으로 투표하는 건 민주시민으로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투표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돼 투표를 포기한 채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일찍 투표를 마친 뒤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 '선거일=노는 날'로 인식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 날 인천공항에는 새벽부터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대거 몰려 오전 10시경에는 출국장에 여행객들이 100m나 길게 늘어섰고 수속에도 최고 1시간이나 걸렸다.
이 달 들어 탑승률이 50%를 밑돌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 날 오전 중국과 일본 방면의 탑승률이 80%까지 올라갔으며 오후 출발인 괌, 사이판, 방콕행 등은 100% 예약률을 기록했다.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사무소 측도 월드컵 개막 이후 하루 2만명 선까지 내려갔던 출국자가 이날은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늘어 3만여명이나 됐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동남아 여행을 떠난 김모씨(34·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지방선거에는 별 관심이 없어 투표하지 않았다"며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 주말까지 해외에서 푹 쉬다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부고속도로와 자유로, 88올림픽대로 등 서울 외곽으로 나가는 도로도 가족 단위의 행락객들이 탄 차량들로 붐볐다. 또 전국의 골프장들도 휴일 골프를 즐기려는 골퍼들이 새벽부터 몰려들었다.
이진구·이호갑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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