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1시 광주 북구 매곡동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강당에서는 조촐한 행사 하나가 열렸다.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의 이름은 ‘적십자 박애장(금장)수여식’.
적십자 활동에 몸담지 않은 사람이면 이 포장의 품격을 알기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이 행사의 주인공 이순정(李順貞·93·사진) 여사의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이라는 직함도 생소했다.
사람들은 이 여사가 호남에 연고를 둔 대표기업으로 손꼽히는 금호그룹 창업자 고 박인천(朴仁天) 회장의 미망인이라는 사회자의 소개를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이 여사에게 전달된 금장(金章)은 평생 불우 이웃의 복지증진과 인명구제에 기여한 공로 등을 인정해 수여하는 것으로 적십자사가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품격의 포장.
적십자사 측은 “그가 1962년 대한적십자사 특별자문위원 창단멤버로 참여한 이후 고아 영세민 등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봉사활동을 거르지 않았고 64차례에 걸친 군경 위문활동으로 적십자의 인도주의 사업발전에도 이바지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이날 “내세울 것 없는 일로 큰 상을 받게 돼 쑥쓰런 마음이 앞선다”며 “적십자에서 쌓은 인연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과 함께 할 것을 다시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1929년 고 박회장과 결혼한 그는 평생 광주에 살면서도 거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은둔형 내조’로 유명하며 성용(朴晟容·금호그룹 명예회장) 정구(定求·회장) 삼구(三求·부회장) 찬구(燦求·금호석유화학사장)씨 등 5남 3녀를 두었다.
광주〓김 권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