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꽃박람회는 비록 국내 잔치로 끝나기는 했지만 충남도로서는 예상인원(72만명)의 두 배가 넘는 연인원 160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한 사상 최대의 축제를 성공리에 치러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여하튼 이 행사로 안면도가 달라졌다. 고즈넉하던 해안의 작은 도로는 꽃박람회를 위해 시원하게 뚫렸고 인적이 드물던 해안가에는 고급호텔이 들어섰다. 안면도는 이제 세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더 이상 글자 그대로 편안히 잠만 잘 수는 없는 섬이 되고 말았다.
특히 충남도의 안면도 땅 매각 계획은 우리나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 차원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충남도는 꽃박람회 주전시장이었던 꽂지해수욕장 주변 83만평의 도유지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기거래상이자 다국적기업인 알나스르사의 아드난 카쇼기에게 매각할 방침이다. 알나스르사는 이 부지를 헐값(평당 3만5000원)에 사들여 2010년까지 10억 달러를 투자해 카지노와 대규모 골프장, 마린랜드 등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충남도가 국제관광지 조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될 것은 그 개발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점이다. 꽃박람회를 위한 해안도로는 사구를 훼손시키는 바람에 바닷물이 민물을 오염시켜 일부 주민들이 집단이주를 해야했고 안면도 제일의 꽂지해수욕장은 모래의 이동을 차단하는 시설 등으로 인해 이미 자갈이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도 투자를 꺼리는 안면도개발사업에 무기거래로 재벌이 된 카쇼기씨가 투자할 경우 어떠한 일이 발생하겠는가.
골프장 조성을 위해 수만그루의 안면송은 잘려나가 외국 잔디로 교체될 것이고 사구 위엔카지노가 들어서 주변 일대의 지하수는 오염될 것이다. 세계의 도박꾼들은 안면도에 모여돈을 탕진하겠지만 그 돈은 카쇼기씨와 국내 대기업들의 손에 넘어가 정작 지역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역시 지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특수를 누린 쪽은 대기업과 호텔 등이었다.
투자자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경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안면도 개발에 국내 기업이 뛰어들기를 꺼리는 가운데 카쇼기씨가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안면도를 아예 인공섬으로 개조해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 아닌가. 이것이 다국적기업의 전형적인 경영마인드다.
우리 국민은 천혜의 섬 안면도 그 자체를 사랑한다. 개발도 필요하지만 안면도가 다국적 기업인에 의해 인공섬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충남도는 이러한 국민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해 안면도 땅의 해외매각 계획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최충식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