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사 선거 ‘피말리는 접전’

  • 입력 2002년 6월 13일 23시 08분


한나라당 신구범(愼久範) 후보와 민주당 우근민(禹瑾敏) 후보가 정면으로 맞붙은 제주지사 선거는 개표 과정 내내 숨막히는 접전을 벌인 시도지사 선거의 최대 격전지였다.

오후 8시10분 첫 투표함 개표 결과 신 후보가 1608표, 우 후보가 1606표를 얻어 불과 2표차였다. 20분 뒤에는 신 후보 2100표, 우 후보 2082표로 표 차가 더 벌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오후 8시40분에는 우 후보 2513표, 신 후보 2462표로 뒤바뀌었으며 오후 9시20분에는 우 후보 7940표(49.4%), 신 후보 7646표(47.6%)로 벌어져 우 후보가 294표 차로 앞서 나갔다.

우열이 쉽사리 가려지지 않으면서 각 후보의 선거대책본부는 개표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투표함이 하나 하나 개봉돼 개표 결과가 전해질 때마다 양 진영은 환호와 탄성이 교차했다.

신 후보 선거대책본부 김대희 대변인은 “상대 후보 측에서 선거 막판 조직력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내심 불안했다”며 “개표가 진행될수록 밑바닥 표의 저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후보는 선거대책본부에서 방송사의 출구조사를 지켜본 뒤 이날 오후 6시반경 수행비서만을 대동한 채 담담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떠났다.

우 후보 선거대책본부 양영흠 대변인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싸움이다”며 “이미 화살은 떠난 만큼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의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우 후보는 “최선을 다한 만큼 후회는 없다”며 “낙승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짤막하게 심경을 밝혔다.

제주지사 선거가 대접전을 벌인 것은 1995년 민선 1기는 신 후보, 1998년 민선 2기는 우 후보가 당선된 후 세 번째 승부를 맞아 제주지역 유권자가 ‘신파’와 ‘우파’로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