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씨의 비리 의혹을 85일 동안 수사해온 검찰은 홍업씨의 소환 조사를 하루 앞둔 18일 형사처벌을 위한 마무리 수사를 벌였다.
홍업씨가 소환되면 검찰은 그가 고교 동창인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 대학동기인 유진걸(柳進杰)씨, 대학 후배인 이거성(李巨聖) P프로모션 대표 등 측근들의 비리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밝혀낸 뒤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홍업씨의 신병 처리는 늦어도 22일 오전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로 볼 때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
오히려 검찰 안팎의 관심은 홍업씨 출두를 계기로 수사가 홍업씨의 개인비리 규명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홍업씨 주변의 의혹들로 확대될 것인지에 더 쏠리고 있다.
홍업씨는 구속된 동생 홍걸(弘傑)씨와는 달리 김 대통령 집권 후 아태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등 정치적 비중이 상당히 컸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홍걸씨에 대한 수사가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과는 달리 홍업씨 수사는 청와대 인사의 개입까지 겹치면서 장기전 양상을 띠어 왔다.
검찰 관계자도 “범죄로 규명되지 않더라도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홍업씨 비자금 수사가 측근들을 중심으로 한 개인비리 규명에 국한되지 않고 97년 대선 자금의 출처 규명과 아태재단의 이권 개입 및 홍업씨의 국정운영 개입 등 구조적인 비리 규명으로 이어질지가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구조적 비리 수사는 검찰이 홍업씨 비자금의 출처와 사용처를 얼마나 밝혀내느냐에 달려 있다.
홍업씨는 성격이 의심스러운 자금 11억원을 기업에서 직접 받았고 출처가 드러나지 않은 자금 28억원을 김성환씨와 김병호(金秉浩)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을 통해 세탁한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또 홍업씨 스스로 김성환씨에게 빌려준 돈 가운데 대선 잔여금이 일부 포함돼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구조적 비리를 밝히기 위해서는 범죄 단서가 잡혀야 하는데 자금의 출처 와 성격이 밝혀지지 않으면 수사가 진전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