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25년만에 호적 찾고 새삶"

  • 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39분


“새로 태어난 기분이예요.”

경북 문경시 모전동에서 혼자 살고 있는 김연이(金蓮伊·70) 할머니는 25년 동안 살아있어도 산 게 아니었다. 호적에 1976년 사망한 것으로 정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가족과 떨어져 살던 할머니가 숨진 것으로 알려져 그만 사망신고가 되고만 것.

할머니는 올 1월 호적을 바로잡아 13일 지방선거에서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김 할머니가 호적을 살리고 새 삶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문경경찰서 교통지도계 황순화(黃順和·33·여) 경장의 도움이 컸다.

황 경장은 지난해 10월 우연히 경찰서를 찾아온 할머니가 사망처리 돼 있는 것을 알고 경위를 추적해 결국 이를 바로잡는 법원의 판결까지 받아냈다.

황 경장은 “할머니가 그동안 호적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로잡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중학생 때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 나 그냥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호적회복으로 생활보호대상자가 돼 정부 지원과 의료보험 혜택까지 받게 된 할머니는 “잊지 않고 늘 찾아와서 돌봐주는 황씨가 딸 같다”며 좋아했다.

문경〓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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