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홍업씨의 비자금 조성 경위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 초기부터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 등 측근들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과 홍업씨에게 건네진 돈의 출처를 추적해 왔다.
하지만 자금세탁 과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밀하고 복잡한데다 측근들이 핵심 의혹에 대한 진술을 꺼려 계좌추적이 일단락된 19일까지도 홍업씨가 조성한 돈의 비밀을 상당 부분 확인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서 홍업씨 변호인인 유제인(柳濟仁) 변호사는 19일 홍업씨 출두 직후 “96년 총선 이후 홍업씨가 활동비와 선거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받은 돈을 합하면 20억원이 된다”고 밝혀 홍업씨가 돈을 받은 경위와 돈의 성격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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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업씨 측은 “홍업씨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당선 이후 주변에서 거액을 받은 적도 있지만 청탁 등의 대가로 받은 돈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돈이 전달되지 않았겠느냐는 견해가 많다.
더구나 홍업씨는 아태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DJ비자금 관리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결과 홍업씨는 본인명의의 예금계좌를 통해 98년부터 3년간 11억원을 관리하고 지난해에는 김병호(金秉浩)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과 김성환씨를 통해 28억원을 세탁한 것으로 밝혀져 홍업씨가 직접 관리한 비자금의 규모는 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별도로 홍업씨는 2000년부터 2년간 김성환씨에게 18억원을 빌려주고 15억원을 받는 등 33억원을 거래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측근들을 통해 더 많은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홍업씨의 비자금에는 기업 등에서 부정한 청탁과 함께 받은 20억원 이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홍업씨 비자금 가운데 대가성이 있는 자금이 있는지부터 조사한 뒤 의혹으로 제기된 97년 대선자금 잔여금과 김 대통령의 비자금이 포함됐는지, 국가정보원과 돈 거래를 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출처가 밝혀지지 않는 자금에 대해서는 돈 세탁 경위를 밝혀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비자금의 최초 출처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홍업씨가 받은 돈의 성격에 대한 논란과 함께 부실수사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