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습니다.”
“그럼 여러 기업체에서 받은 돈은 무슨 명목입니까.”
“정확한 것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19일 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1층 특별조사실. 주임검사인 김진태(金鎭太) 중수2과장과 마주 앉은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은 자신의 알선수재 혐의를 추궁하는 김 과장의 질문에 전면 부인으로 일관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홍업씨는 건강을 이유로 여러 번 휴식을 요구했다. 쉬는 동안에는 미리 준비한 고혈압과 당뇨병 치료제 등을 복용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도 이날 저녁 “홍업씨가 진술은 잘 하고 있지만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어 수사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홍업씨의 혐의 부인을 이미 예상했던 만큼 그동안 확보한 관련자 진술과 계좌추적 결과를 바탕으로 ‘준비된’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은 이날 자정이 넘어 홍업씨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뒤에도 밤 늦게까지 의견을 조율하며 다음 조사를 준비했다. 홍업씨는 이날 저녁 수사팀이 부대찌개를 시켜줬으나 두세 번 먹는 둥 마는 둥 했다고 수사팀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앞서 홍업씨는 이날 오후 3시경 검찰에 출두하면서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검찰에서 다 밝히겠다”고만 대답했다. 그러나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다”라고 짧지만 단호하게 답했다.
잠시 포토라인에 섰던 홍업씨는 변호인인 유제인(柳濟仁) 변호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청사 10층에 있는 김진태 과장실로 향했다. 홍업씨는 김 과장과 김수목(金壽穆) 김대호(金大鎬) 검사 등 자신을 직접 조사할 수사팀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곧장 11층 특별조사실로 올라갔다.이어 유 변호사는 기자실로 찾아와 “홍업씨는 당뇨와 고혈압 증세가 있어 조사 도중에 실신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홍업씨가 체중도 10㎏ 이상 줄어든데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집중력과 기억력도 크게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