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8강축제 일부 질서훼손 유감

  • 입력 2002년 6월 19일 21시 50분


한국 축구대표팀이 승전고를 울린 18일 밤 11시 대전 구도심의 중앙로(대전역∼충남도청)는 ‘축하 시위대’가 물결을 이뤘다.

하지만 군중들은 인도 아닌 도로를 메웠고 일부는 태극기를 휘날리며 질주하는 차량 사이로 내달아 여기저기서 급브레이크 소리가 메아리쳤다.

3, 4명씩 걸쳐 탄 소형 오토바이, 10여명이 탑승한 뒤 일부는 차창 밖으로 몸을 빼 태극기를 흔드는 승용차 등 위험천만한 광경이 수없이 목격됐다.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 질서 속에 축제를 즐겨 주십시오.”

속수무책이던 경찰은 통제 불능의 무질서 상태가 계속되자 가두 방송에 나섰지만 군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부 외지인들은 공포감마저 느껴야 했다. 전북 전주에서 경기를 관람하러온 회사원 김모씨(43)는 이날 자정 무렵 대전 서부시외터미널 인근 계백로에서 승리에 들떠 질주하던 차량에 뒷 범퍼를 치받혔으나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그는 “운전자와 주변 사람들이 강압적인 말투로 ‘기쁜날 인데 봐주시지 그래요’라며 요구해 그냥 물러서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전시와 5개 구청 월드컵 담당자들은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축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시내 대로변에 월드컵 참가국의 국기를 걸었으나 일부 극성 축구팬들이 국기는 물론 깃대까지 훔쳐가는 바람에 상사들로부터 자주 질책을 당했기 때문.

대전시 관계자는 “월드컵 시작 이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국기가 없어졌지만 국가나 도시 의 이미지 훼손이 우려돼 얘기도 꺼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규칙이 전제되지 않은 스포츠는 싸움이나 다름 없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질서가 전제되지 않는 축제는 광란이나 다름없을 수 있다. 축제는 기쁨과 질서가 한데 어울어지는 파티로 이어져야 한다.

<대전에서>대전=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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