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 중도 사퇴한 한 총장 후보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만난 교수들이 ‘우리 학과나 단과대를 위해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 것에 실망했다”고 밝힌 것도 눈여겨볼 일이다. 총장선거가 대학사회의 고질적인 집단이기주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에 총장직선제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지났으나 서울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학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인 집단이라는 점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5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어제 실시된 서울대 총장선거에서 정운찬 송상현 두 교수가 대통령에게 복수 추천됐다. 하지만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새 총장을 뽑은 이후다. 이런 지지를 업고 당선된 총장이 얼마나 소신껏 개혁을 추진해 갈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대 개혁론’은 대학 외부는 물론 교내에서도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학 개혁론이 갖는 사회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직선제 총장들을 살펴보면 적극적인 개혁의지와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자신을 지지해준 교수들과의 이해관계를 단절할 수 없었던 탓일 것이다.
21세기 대학총장은 대학 경쟁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단순한 교수들의 대표를 넘어 경영자가 되는 것이 옳다. 이 점에서 꼭 내부 인물만을 고집할 이유도 없다. 마침 서울대는 장기과제로 총장직선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학당국은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직선제의 폐해를 정확히 분석하고 그 해악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도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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