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 총장선거 이래야 하나

  • 입력 2002년 6월 20일 18시 27분


교수들의 직접투표로 치러진 서울대 총장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흑색 선전’이 오가고 학맥 인맥이 동원되는 혼탁한 양상을 보인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교수들에게 특정 후보의 과거 행적을 거론하며 절대 표를 찍어서는 안 된다는 괴편지까지 배달됐다니 서울대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이번 선거에 중도 사퇴한 한 총장 후보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만난 교수들이 ‘우리 학과나 단과대를 위해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 것에 실망했다”고 밝힌 것도 눈여겨볼 일이다. 총장선거가 대학사회의 고질적인 집단이기주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에 총장직선제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지났으나 서울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학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인 집단이라는 점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5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어제 실시된 서울대 총장선거에서 정운찬 송상현 두 교수가 대통령에게 복수 추천됐다. 하지만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새 총장을 뽑은 이후다. 이런 지지를 업고 당선된 총장이 얼마나 소신껏 개혁을 추진해 갈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대 개혁론’은 대학 외부는 물론 교내에서도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학 개혁론이 갖는 사회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직선제 총장들을 살펴보면 적극적인 개혁의지와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자신을 지지해준 교수들과의 이해관계를 단절할 수 없었던 탓일 것이다.

21세기 대학총장은 대학 경쟁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단순한 교수들의 대표를 넘어 경영자가 되는 것이 옳다. 이 점에서 꼭 내부 인물만을 고집할 이유도 없다. 마침 서울대는 장기과제로 총장직선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학당국은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직선제의 폐해를 정확히 분석하고 그 해악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도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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