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에 영향력 행사" 물증 확보

  • 입력 2002년 6월 20일 18시 31분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검찰 소환 조사를 계기로 그동안 의혹으로 제기돼온 홍업씨의 이권 개입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홍업씨는 20일 검찰에서 기업에서 이권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직접 받은 사실을 시인했고 검찰도 홍업씨가 국세청 국방부 금융감독원 신용보증기금 등 국가 기관들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한 물증을 확보했다.

홍업씨가 △대학 동기 유진걸(柳進杰)씨를 통한 S건설의 화의인가 청탁 △고교 동창 김성환(金盛煥)씨를 통한 M사의 세금 감면 청탁, H건설의 토지 임대 청탁 △대학 후배 이거성(李巨聖)씨를 통한 새한그룹의 금감원 조사 무마 청탁 등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사실 유씨 이씨 김성환씨 등 홍업씨 측근들의 이권 개입은 홍업씨의 비리나 마찬가지라는 관측은 측근들의 비리가 드러날 때부터 나왔었다. 세금 감면 청탁이나 금감원 조사 무마 등의 청탁을 받은 측근들이 이를 실행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홍업씨 비지금을 84일간 추적한 끝에 홍업씨가 기업에서 돈을 받은 정황과 개인 차원의 비리를 밝혀냈다.

수사 결과 홍업씨는 기업체에서 돈을 받을 당시 이미 세탁된 자금과 차명통장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수사팀이 자금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팀 관계자는 "오랜 야당 생활 때문인지 세탁한 자금을 그대로 사용해 10만원권 수표까지 사용처를 조사하고서야 사용자가 홍업씨라는 물증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날 홍업씨가 이권에 일부 개입했다고 시인하고 검찰이 홍업씨 로비 사실을 뒷받침할 물증을 확보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홍업씨 개인비리 뿐만 아니라 구조적 비리 규명으로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도 이날 "홍업씨에 대한 형사처벌은 새로운 수사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이를 시사했다.

홍업씨가 청탁을 실행했거나 로비에 성공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추가로 밝혀지면 홍업씨에 대한 형사처벌 차원을 넘어 국가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한 경위, 관련 공무원의 불법행위 여부 등을 둘러싸고 또 한차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홍업씨 비자금 수사에서 홍업씨가 대통령 아들이라는 자신의 신분이나 아태재단 등을 배경으로 이권에 개입해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사실이 드러나면 파장이 정치권으로 미칠 수도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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