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재단 어디로…따가운 여론에 청와대도 “처리 숙고”

  • 입력 2002년 6월 22일 01시 12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가 21일 구속된 것을 계기로 홍업씨가 부이사장으로 있던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이 어떻게 처리될지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재단 문제에 대해 “몇몇 관계자의 비리 때문에 공익연구단체의 존폐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왔으나, 이날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재단 처리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심사숙고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소 다른 태도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재단을 해체하거나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파상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박 수석의 발언은 원론적인 얘기이지만 후속 조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재단은 특히 무리하게 건물을 신축하면서 30억∼40억원 가량의 부채를 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 규모가 커 청와대도 난감해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재단 처리 방향과 관련해 △즉각 해체 및 국가 헌납 △사회 환원 △재단 축소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의 ‘탈 DJ’를 주장하고 있는 쇄신파 의원들은 아태재단과 관련한 대통령의 결단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재단 이사인 설훈(薛勳) 의원은 “재단 해체는 말이 안 된다. 종교재단에 맡겨 운영한다는 얘기도 나오는 모양인데 나는 금시초문이다. 재단과 관련된 문제는 이사회의 결정으로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대통령 퇴임 후 재단 규모를 축소시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태재단은 94년1월 설립돼 김 대통령의 정계 복귀 발판을 마련하고 97년 정권 창출의 산실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98년1월 이사장직을 내놓았으며, 2000년부터는 이사장을 공석으로 놔둔 채 홍업씨가 부이사장으로서 재단을 사실상 관리해왔다.

그러다 재단 관계자들이 잇따라 비리 사건에 연루되자 아태재단은 금년 4월18일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현재는 직원 4, 5명이 상주하고 있을 뿐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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