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그동안 재단 문제에 대해 “몇몇 관계자의 비리 때문에 공익연구단체의 존폐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왔으나, 이날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재단 처리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심사숙고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소 다른 태도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재단을 해체하거나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파상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박 수석의 발언은 원론적인 얘기이지만 후속 조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재단은 특히 무리하게 건물을 신축하면서 30억∼40억원 가량의 부채를 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 규모가 커 청와대도 난감해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재단 처리 방향과 관련해 △즉각 해체 및 국가 헌납 △사회 환원 △재단 축소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의 ‘탈 DJ’를 주장하고 있는 쇄신파 의원들은 아태재단과 관련한 대통령의 결단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재단 이사인 설훈(薛勳) 의원은 “재단 해체는 말이 안 된다. 종교재단에 맡겨 운영한다는 얘기도 나오는 모양인데 나는 금시초문이다. 재단과 관련된 문제는 이사회의 결정으로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대통령 퇴임 후 재단 규모를 축소시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태재단은 94년1월 설립돼 김 대통령의 정계 복귀 발판을 마련하고 97년 정권 창출의 산실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98년1월 이사장직을 내놓았으며, 2000년부터는 이사장을 공석으로 놔둔 채 홍업씨가 부이사장으로서 재단을 사실상 관리해왔다.
그러다 재단 관계자들이 잇따라 비리 사건에 연루되자 아태재단은 금년 4월18일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현재는 직원 4, 5명이 상주하고 있을 뿐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