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김현철씨의 재보선 출마

  • 입력 2002년 6월 25일 18시 42분


▼열심히 일한다면 과오만회 가능▼

이 사안은 개인적이면서도 국가 전체의 가치관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먼저 김현철씨 입장에선 이제 과거의 부당한 국정 개입에 대한 대가는 모두 치렀으니 다시 시작하는 기회로 이번 재·보선을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대통령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과거의 잘못이 출마에 이렇게 작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이제는 대통령의 비도덕적인 아들이었다는 측면을 제거하고 남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당당히 선거구민의 판정을 받고 싶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선거에 이겨 열심히 일한다면 개인적인 과오는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결과가 현철씨의 명예회복과 직결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혹시 명예가 다소나마 회복된다 해도 그건 당선 이후 그가 얼마만큼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지 당선 자체로 명예회복이 된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아직 아무런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그가 선거에 나와 당선되었다고 명예라는 것이 원상 회복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또한 출마 지역도 아버지의 지역적 영향력이 강한 곳이라 당선된다고 해도 국민 전체의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민경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1동

▼출마는 법적 권리…표로 심판해야▼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권력형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김현철씨의 출마 소식에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대통령의 친인척이 관련된 권력형비리가 터질 때마다 다음에는 올바른 지도자가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지만 우리의 현실은 너무도 안타깝다. 더구나 국민에게 엄청난 실망과 허탈감을 준 김씨가 명예회복을 선언하며 8·8 재·보선에 출마한다니 한심한 일이다.

그러나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다. 김씨가 8·8 재·보선에 출마하는 것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갖는 권리이기 때문에 출마 여부는 본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출마 자체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김씨가 법의 심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출마한다면 유권자들이 오히려 더욱 철저히 반성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줘야 한다. 면죄부를 받으려는 그가 다시는 어설픈 생각을 하지 않도록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본다. 유권자들이 사사로운 이해 관계를 떠나 현명하게 판단한다면 그의 출마는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곽규현 경남 양산시 하북면

▼정계 진출한다고 명예회복되나▼

8·8 경남 마산 합포 재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 대해 한나라당이 사실상 공천불가 방침을 굳히자 그는 “끝까지 가겠다”며 무소속으로라도 출마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는 이번 재선거에 당선돼 정계에 진출하는 것이 그간 실추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마산 지역 시민단체들이 그의 출마를 반대하는 선언을 하는 등 지역정서가 그에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지역정서도 문제지만 국민 역시 한보비리사건에 연루돼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국정에도 깊숙이 개입하는 등 대통령의 아들로서 너무 설쳐대지 않았느냐 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가 명예회복 차원에서 재선거 출마 결심을 굳힌 것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못 읽은 것 같다. 꼭 국회의원이 돼 정계에 진출해야만 자신의 실추된 명예가 회복될는지 의문이다. 정계 진출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자숙하는 뜻에서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홀로 사는 노인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기경엽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民心은 金씨 사면복권 시킨적 없어▼

통치권자의 정략적인 사면권 남용으로 준엄했던 사법부의 단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권을 마구 휘젓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주장하는 명분인 명예회복이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국민은 아리송하기만 하다. 이미 사법부에서 시시비비를 다 가리고 그 대가를 치른 사람들이 왜 국민을 향해서만은 명예회복을 외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동정표를 얻기 위한 손짓이 아닐까. 그렇다고 사법부의 멍에가 벗겨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김현철씨도 마찬가지다. 낡은 정치인들이 좌우명처럼 쓰고 있는 그 명예회복을 이유로, 또 그들이 툭하면 이삿짐을 싸서 이곳저곳 다니는 그 구태를 본뜨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다. 국민이 공감하는 진정한 명예회복이란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은인자중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의 정서는 통치권자의 사면 복권과는 상관없이 그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덕봉 인천 남동구 남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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