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박동 재개발 비리]"제주지검장 빌린 1억 로비스트가 대신 갚아"

  • 입력 2002년 6월 26일 18시 10분


경기 부천시 범박동 재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3부는 26일 김진관(金鎭寬) 제주지검장이 모 기업체 대표에게서 2000년 4월 2억원을 빌렸으며 이 가운데 1억원을 기양건설산업 로비스트 김광수씨가 대신 갚은 정황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날 김 지검장에게 돈을 빌려준 기업체 대표를 소환해 김 지검장에게 전달한 돈의 성격과 김광수씨가 대신 돈을 갚은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지검장을 소환해 김광수씨가 대신 갚은 돈이 기양건설의 사업과 관련해 대가였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김 지검장은 “대가성 없이 빌린 돈을 다 갚았으며 돈 거래가 특정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지난해 부천지청 관계자가 기양건설산업에 대한 고소 고발 사건 처리와 관련해 김광수씨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기양건설 부회장 연모씨는 검찰에서 “지난해 10월 김광수씨가 ‘부천지청 간부와 친하니까 5000만원을 주면 그 간부에게 청탁해 사건을 무마해 주겠다’고 말해 김광수씨에게 5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김광수씨는 그러나 “연씨에게서 그런 명목으로 돈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당시 부천지청 관계자는 “지난해 두 차례 김광수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청탁이나 금품을 받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11월 기양건설에 대한 주택재개발조합 주민들의 고소사건 무마 청탁과 함께 기양건설 측에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부천 남부경찰서 김모 경장 등 경찰 직원 3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은 기양건설에서 수사무마 등의 청탁과 함께 각각 3000만원과 5000만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직원 2명도 조만간 불러 조사한 뒤 혐의가 확인되면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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