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고' 파문 확산

  • 입력 2002년 6월 27일 17시 00분


훈련중인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 2명이 치어 현장에서 숨지는 사고가 경기 양주군에서 지난 13일 발생했다.

시민단체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미군이 밝히고 있는 사고경위에 의문을 제기하며 진상규명과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등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6일 항의시위에서는 참가자들이 철제담장을 뜯고 미군기지내로 들어가려다 미군 병사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취재기자 2명이 연행되는 등 갈수록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고경위=13일 오전 10시 45분경 경기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에서 이 마을에 사는 신효순(14), 심미선(14)양 등 2명이 무게 54t인 미2사단 공병대 소속 장갑차의 오른쪽 궤도에 치어 숨졌다.

미군측은 장갑차 운전석의 오른쪽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아 다른 탑승자가 운전병을 보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발생지점 30m 전방에서 신양 등을 발견한 탑승자가 운전병에게 2차례 위험하다고 경고했으나 운전병이 이를 알아듣지 못해 8초뒤 사고가 발생했고, 장갑차를 세웠을 때는 이미 사고발생후였다고 미군측은 밝혔다.

▽의문점 제기=사고직후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사고당시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다른 미군 장갑차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여중생 방향으로 기수를 돌린 것 아니냐"며 "같은 장갑차 내에 탑승한 미군 병사끼리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군측은 언덕을 올라갈 때 소음이 더욱 커져 육성과 무선통신 모두 알아듣기 힘들었고 피해자 발견에서 사고발생까지 걸린 8초내에 이를 피하기는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또 마주오던 장갑차도 신양 등을 발견하고 급정거를 시도해 사고를 낸 장갑차와 1m거리를 두고 멈춰섰으며 이는 두 장갑차가 충돌을 피해 교행하기 위해 사고가 났다는 추론은 사실과 다르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두 여중생이 굉음을 듣고 장갑차의 접근을 알았을 것이며 미군 주장대로 시속 8∼16㎞로 진행했다면 충분히 피할수 있었을텐데도 사고가 난 것은 훨씬 빠른 속도로 주행했거나 갑자기 방향을 틀어 여학생들을 덮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심양의 삼촌 심선보씨(41)는 "좁은 도로에서 폭넓은 장갑차를 교행시킨 지휘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보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발확산=26일 오후 4시부터 의정부시 가능동 미2사단 사령부 캠프 레드클라우드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과 학생 등 300여명이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일부 참가자들이 철제담장을 절단기로 뜯고 기지내로 들어가려다 무장한 미군 병사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기지내로 들어가 촬영하려던 한모씨(32)와 이모씨(31·여)등 인터넷 방송 기자 2명이 미군에 체포돼 필름을 압수당한뒤 한국경찰로 넘겨져 조사를 받고 있다.

대책위는 미군이 진압봉으로 두 기자를 폭행하고 쇠사슬로 묶어 연행했다며 의정부경찰서 앞에서 밤샘 항의시위를 벌였으며 27,28일 미2사단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29일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도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대책위는 사건의 진상규명과 부시 미국대통령의 공식사과, SOFA개정, 미군기지 폐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군측은 영내로 무단침입한 2명을 규정에 따라 체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폭행하거나 쇠사슬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위험한 경기북부=지난해 11월19일 경기 포천군에서는 견인되던 미군 탱크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차량 3대를 잇따라 타고 넘어 주민 9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2000년 8월에는 파주시 파평면 미군 탱크 훈련장인 다그마 훈련장 인근의 주민들이 미군 탱크가 마을을 통과하면서 논밭이 망가지고 주택에 금이 가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며 통행을 가로막기도 했다.

미군부대가 밀집한 경기북부의 도로(총연장 3189㎞) 중 76.6%인 2443㎞가 편도 1차선 도로로, 차선폭은 3∼3.25m에 불과해 궤도폭이 이보다 넓은 미군 탱크와 장갑차 등이 운행할 경우 사고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양주군의 1차선 도로비율은 92.8%이며 연천군은 84%, 파주군은 80.5% 등에 불과하고 미군훈련이 많은 이들 시군의 도로들이 너무 좁아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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