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金榮一 재판관)는 27일 99년 6월 서해안에서 발생한 ‘연평해전’ 당시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PC통신망에 올렸던 김모씨가 “전기통신사업법의 제한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전기통신사업법 53조의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 등의 개념은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결국 공개적인 논의가 근본적으로 힘들어져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기준이 모호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99년 6월 인터넷 PC통신 N사에 개설된 한 동호회의 게시판에 ‘연평해전’ 당시 벌어진 남북간 총격전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정통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N사 운영자가 글을 삭제하고 1개월 동안 통신이용을 중지하자 같은 해 8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인터넷 등 각종 전기통신망에 올려진 게시물 내용을 제약하는 법적 근거가 됐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와 시행령 제16조에 대한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박성호(朴成浩)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 원칙을 확인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파의 희소성을 이유로 국가기관이 공중파 방송에 대해 자의적인 제한을 하는 것과 달리 ‘공개 광장’과 같은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서로간의 토론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