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뛴 월드컵<5>]독일어통역 문지선양

  • 입력 2002년 6월 30일 19시 28분


문지선양(왼쪽)과 어머니 송혜경씨. - 제주=임재영기자
문지선양(왼쪽)과 어머니 송혜경씨. - 제주=임재영기자
“월드컵 자원봉사로 도움을 줬다기보다는 배운 점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6월 1일부터 25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88생활체육관에 마련된 독일 기자들을 위한 미디어센터에서 독일어 통역 봉사활동을 한 문지선(文智禪·16·제주대 사대 부속고 2년)양은 작은 힘이지만 월드컵 대회를 위해 뭔가를 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양은 “분초를 다투는 치열한 취재경쟁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독일 기자들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깊었다”고 회상했다.

▼고교수업 마친후 4시간 일해▼

그는 만 18세 이상이어야 월드컵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당초 통역 자원봉사자로서는 자격 미달이었다. 그러나 독일어 통역자원이 부족한 현실과 다양한 경험을 쌓고싶다는 문양의 ‘욕심’이 맞아떨어져 자원봉사가 가능하게 됐다.

문양은 학업이 끝난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미디어센터에 상주하면서 기자들의 불편을 덜어줬다.

그는 “어느 여기자가 다가와 목이 아프다고 말해 마침 미디어센터를 찾은 수지침 회원에게 증상을 알려줘 치료받게 해주기도 했다”며 “일상적인 대화에서 한국과 제주의 문화를 자세히 소개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독일 기자들로부터 ‘어린 나이인데도 어떻게 독일어를 그렇게 잘하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기도 했다.

문양의 독일어 실력은 은행원이던 아버지(54)가 199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은행지점 근무로 발령이 나 온 가족이 3년 동안 독일에서 산 게 밑바탕이 됐다.

▼독일기자 칭찬에 가슴뿌듯▼

문양은 “2000년 제주에서 열린 제주국제관악제에서 독일어 통역을 처음 경험했다”며 “미디어센터에서 일하면서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고 말했다.

문양의 어머니 송혜경(宋惠慶·44)씨도 월드컵 기간에 서귀포시 제주신라호텔 안내데스크에서 영어 통역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서울이 고향인 문양 가족은 제주의 자연환경에 푹 빠진 아버지를 따라 3년 전 제주에 정착해 통나무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기초과학 생물분야를 연구하는 게 꿈인 문양은 “기자 직업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장래 희망이 바뀔지도 모르겠다”며 빙긋이 웃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