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에는 유족 300여명과 해군 제2함대 소속 장병 320명을 비롯해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장정길(張正吉) 해군참모총장 등 900여명이 참석했다.
유족들은 군악대가 쇼팽의 ‘장송행진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해군장병들이 전사자들의 유해가 든 4개의 관을 식장으로 들여오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아들을, 남편을, 오빠를 목메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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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아, 엄마 여기 있어. 나 좀 봐라. 도현아….”
황 중사의 어머니 박공순씨(54)가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 상사의 어머니 임헌순씨(55)는 아들의 관을 붙잡고 이름을 부르다 실신했다.
서 중사의 어머니 김정숙씨(48)도 잠시 정신을 잃어 가족과 친지들이 팔을 주무르고 물수건으로 얼굴을 계속 닦아냈다.
윤 소령의 어머니 황덕희씨(57)는 차마 아들의 관을 쳐다보지 못하고 흰 손수건에 얼굴을 묻었다. 남편 윤두호씨(61)가 황씨의 등을 쓸어내렸다.
영결식은 해군참모총장의 조사와 고인들의 군 동기 4명의 추도사에 이어 헌화와 3발의 조총(弔銃) 발사, 그리고 묵념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장 총장은 “꽃다운 20대의 꿈을 채 피우기도 전에 꽃잎이 찢기어 파도 위에 뿌려졌지만 그대들이 가신 길은 영광되고 고귀한 길이 아닐 수 없다”며 전사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영결식 동안 눈물을 보이지 않던 윤 소령의 아버지는 마지막 길을 떠나는 아들의 영정에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놓다가 끝내 눈물을 쏟았다.
조 상사의 부인 강정순씨(29)는 소복차림으로 자리에 앉아 “여보야…. 보고 싶어서 어떡해. 어떡하면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라며 혼잣말을 하다 곧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오늘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집에서 기다려야지”라고 헛소리까지 해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안톤 드보르자크의 ‘신세계교향곡’ 중 ‘꿈 속의 고향’이 흐르는 가운데 전사자들의 운구행렬은 성남시립화장장으로 향했다.
어머니들은 화장장 입구에서 영정을 붙잡고 몸부림쳤다. 조 상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에 얼굴을 대고 “아이고, 나이도 어린 것이 어떡해…”라며 울부짖다 쓰러졌다.
윤 소령의 어머니 황씨는 바닥에 주저앉아 아들의 영정을 끌어안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전사자 4명의 유골은 대전국립묘지로 옮겨져 오후 5시경 안장됐다.
한편 이날 영결식에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김동신(金東信) 국방부장관 등 정부 고위 인사와 이남신(李南信)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의전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아 유족들의 불만을 샀다.
일부 유족은 “남북 관계에 파장을 미치지 않으려는 노력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라를 지키다 숨진 장병들의 마지막 길을 국가 지도자들이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서운함을 나타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길진균기자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