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이 청와대와 국세청, 예금보험공사 등의 업무에 관한 청탁을 받고 직접 실행에 옮긴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홍업씨 이권 개입의 실체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홍업씨가 99년 5∼8월 성원건설 전윤수 회장에게서 성원건설 화의 인가를 청탁받고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이형택(李亨澤) 당시 예금보험공사 전무에게 청탁한 사실을 확인했다.
홍업씨는 또 2000년 6월 오시덕(吳施德) 당시 대한주택공사 사장의 내사 무마 청탁을 받고 오씨의 비리 의혹을 내사하던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직접 전화를 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홍업씨가 2000년 11월 미스터 피자 정우현 사장의 청탁을 받고 당시 안정남(安正男) 국세청장에게도 직접 청탁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업씨를 통한 청탁은 대부분 성사됐다. 홍업씨가 김성환(金盛煥) 유진걸(柳進杰)씨 등을 통해 청탁과 함께 돈을 받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청탁을 성사시켰다는 얘기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홍업씨를 배경으로 김성환씨가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3건의 검찰 수사에도 홍업씨가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홍업씨가 김성환씨 등을 통해 검찰 수사 선처 및 무마 청탁을 알게된 다음 직접 검찰 고위 간부에게 청탁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검찰 고위층이나 안정남 전 청장 등이 홍업씨의 청탁을 받고 업무 처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직권 남용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 금품이 오갔다면 뇌물수수 혐의도 추가된다.
이형택씨의 경우 실제 업무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해도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직권남용 혐의로는 처벌할 수 없다. 예보 직원의 경우 뇌물을 받았을 경우에만 공무원에 준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들의 행동이 재량권을 벗어난 것인지를 가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홍업씨의 청탁을 받고 ‘부당한’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법률을 위반한 정도까지 이르지 않았다면 형사처벌은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