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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업씨와 함께 기업체에서 각종 이권청탁 및 금품을 받은 대가로 구속기소된 김성환(金盛煥·사진)씨가 4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 신문을 통해 자신의 또 다른 ‘신분’을 털어놨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김씨는 “유진걸(柳進杰)씨나 나를 통하지 않고는 홍업씨를 만날 수 없다”며 “우리는 사실상 홍업씨의 집사 역할을 하면서 민원 해결을 위한 경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청탁이 들어오면 홍업씨에게 보고하고 민원인과의 술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했으며 이들에게서 활동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아 관리, 전달했다”며 “활동비란 민원을 해결해주는 과정에서 쓰이는 식사비나 술값 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지만 홍업씨 본인은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절친한 친구인 우리가 이 일을 해왔다”며 “주위에서는 이 역할을 비서실장 혹은 대리인으로 불렀다”고 덧붙였다.
5년 전 구속기소된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賢哲)씨도 ‘집사’로 이성호(李晟豪) 전 대호건설 사장을 옆에 두고 자금관리를 맡긴 바 있다.
김씨는 98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5개 업체에서 각종 청탁과 함께 5억원을 받고 회사 돈 64억3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다음 공판은 19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