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태풍의 계절'

  • 입력 2002년 7월 7일 18시 23분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태풍이 발생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에 지나간 제5호 태풍인 ‘라마순’처럼 초대형 태풍이 많이 발생하고 이 중에는 한반도를 통과하는 태풍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태풍으로 인한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당국의 철저한 재해방지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원인〓기상청은 7일 “올 여름에는 ‘라마순’처럼 강력한 태풍이 앞으로도 10개 이상 더 발생하고 이 가운데 최소한 한 두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예년의 경우 이 시기에 발생하는 태풍은 중국으로 빠져나갔으나 이번 ‘라마순’처럼 이례적으로 강력한 태풍이 7월 초부터 한반도까지 북상하고 있는 것은 태풍의 발생지역인 열대 서태평양 지역의 해수온도가 예년에 비해 1∼3도가량이나 높은 29∼31도에 이르고 있기 때문.

올해의 경우 찬 바닷물과 따뜻한 바닷물이 끊임없는 순환하는 과정에서 따뜻한 해류가 한 곳으로 몰려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온도가 이처럼 높아졌다는 것이 기상청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따뜻한 성질을 가진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적도 부근으로 치우치면서 열대 서태평양 지역에 따뜻한 공기를 계속 공급해 이 지역 온도가 더 높아진 것이다.

▽기상이변일까?〓기상청은 해수면의 온도 상승으로 인해 태풍이 평년에 비해 많이 발생하는 현상은 과거에도 많이 반복됐던 자연현상으로 기상이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남아메리카 페루 앞바다인 동태평양의 해수온도가 예년에 비해 높은 옐니뇨현상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고 거리도 멀어 이번 현상과 연관짓기는 어렵다.

대기오염이나 오존파괴 등 지구 환경변화로 인한 영향은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 없다.

▽전망〓7일 현재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는 중심 기압 945hPa, 중심 풍속 초속 45m인 ‘라마순’보다 강력한 제6호 태풍 ‘차타안’이 발생해 북상하고 있다.

‘차타안’은 9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해상까지 올라올 것으로 보이며 지금 방향대로 계속 움직인다면 제5호 태풍 ‘라마순’의 경로와 비슷해지기 때문에 기상청 등 관계 당국이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1971∼2000년 열대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매년 평균 27회 정도의 태풍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이것보다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수 온도도 태풍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온도인 26도보다 훨씬 높아 태풍의 에너지인 수증기가 다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 위력 또한 강력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 같은 열대 태평양 지역의 고수온 현상은 9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기상청 박정규 기후예측과장은 “태풍의 힘은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무려 1만배나 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산사태나 축대붕괴가 우려되는 재해취약시설을 점검하고 상습침수지역에 대한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풍이란▼

세계기상기구(WMO)는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 중 하나로 그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초속 33m 이상인 것을 ‘태풍(Typhoon)’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대서양과 카리브해 등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은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과 아라비아해에서 발생하는 것은 ‘사이클론(Cyclone)’으로 불린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인 열대저기압 모두를 태풍이라고 부르고 있다.

태풍은 열대 해역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편동풍을 따라 고위도로 올라오면서 생기며 북위 5∼20도, 동경 130∼145도 사이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계절별로는 여름과 가을에 주로 발생하는데 연평균 태풍 발생건수는 27.3개이며 이 중 18.8개(68.9%)는 7∼10월에 발생했다. 또 태풍은 공기의 소용돌이가 있어야 하므로 지구의 자전으로 생기는 전향력이 거의 없는 남위 5도와 북위 5도 사이의 적도 부근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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