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씨(40·서울 서대문구 홍제동)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아파트관리비 가스요금 자동차세 등을 내기 위해 가까운 은행 지점을 찾았다. 그러나 ‘토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는 안내문만 붙여놓은 채 점포 문은 닫혀 있었다.
김씨는 문을 열고 있는 점포를 수소문하다 ‘서대문구청에 있는 은행 지점은 문을 연다’는 말을 듣고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떨어진 구청을 찾았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은행원은 “오늘은 자동차등록 관련 업무만 하니까, 공과금은 월요일에 내도 과징금을 없으니 월요일에 다시 오라”며 김씨를 되돌려보냈다.
김씨 같은 고객이 이날 헛걸음을 한 것은 은행들이 △문을 여는 점포 명단과 △개점 점포의 업무 범위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는 이 같은 고객의 불편을 예상하고 “미리 개점 점포 명단을 작성해 충분히 홍보를 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 노사는 개점 점포 수에 대해 이견을 보이다 지난주 목요일에야 점포 명단을 작성했다. 여기다 일부 은행들이 홍보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문을 연 점포를 어렵게 찾았던 고객조차 타행수표 입금, 송금, 환전, 공납금 수납 등의 일을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것.
김씨 같은 고객의 숫자가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고객들은 은행의 준비 부족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대부분의 은행은 월요일인 8일 오전 간부회의를 열고 “주5일 근무제 도입 첫 날 큰 혼란 없이 비교적 잘 운영됐다”고 자평(自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회의 때 “토요일에 문을 연 점포를 찾은 고객 수가 평소의 20%밖에 안 돼 모든 점포가 한꺼번에 쉬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은행의 자체 평가를 주부 김씨가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이번 일로 은행들이 ‘아직 관료주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 뭐라고 해명할 수 있을까.
김상철 경제부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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