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자경찰청과장, 세계女警대회서 '풍선효과' 주장

  • 입력 2002년 7월 8일 23시 13분


특정 매춘지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 풍선 누르기와 마찬가지로 해당 지역의 매춘은 사라지지만 매춘 여성들이 고스란히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매매춘 단속에 있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찰청 김강자(金康子) 여성청소년과장은 8일 오후 서울 중구 힐튼호텔에서 열린 ‘세계 여성 경찰 대회’ 학술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대표적 사창가인 서울 강동구 천호동 지역을 단속하자 이곳의 매춘 여성들이 다른 사창가로 진출하는 ‘풍선효과’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2001년 1월부터 78개 업소 300여명의 매춘 여성이 있던 천호동 지역을 집중 단속한 결과 150명의 매춘 여성이 빠져나갔으나 이 중 42%가 서울과 다른 시도의 전업형 사창가로, 44%는 강동구 내 주점이나 안마시술소 등 겸업형 매춘업소로 옮겨갔으며 9.3%는 관내에서 홀로 매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 국립경찰청 펠리시닷 알 기도 여성청소년담당은 “필리핀 인구 7500만명 중 40만∼50만명이 매춘 영업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이 중 미성년자는 대부분 성적 학대와 근친 상간의 피해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는 미국 캐나다 일본 프랑스 태국 러시아 등 12개국 여성 경찰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 여성 경찰 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경찰청이 제56주년 여경창설기념일(7월1일)을 기념해 처음 마련한 국제 여성경찰 회의로 최근 2년간 배 이상 늘어난 여자 경찰의 위상을 높이고 여경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됐다.

각국 대표들은 결의문을 통해 여경들이 △인종, 민족, 성별에 관계없이 누려야 할 권리를 보호하는데 앞장서고 △반인륜적인 부녀 인신매매 근절에 앞장서며 △가정폭력, 성폭력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 근절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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