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가 구속기소된 10일 차정일(車正一·사진) 특별검사의 감회는 남달랐다.
차 특검은 3개월 이상 걸린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수사에서 홍업씨를 구속하게 만든 단초를 마련했던 주인공.
특검팀은 홍업씨의 고교 동창인 김성환(金盛煥)씨의 잠적과 특검 수사 기간 만료로 홍업씨의 비리를 직접 파헤치지는 못했지만 홍업씨와 김성환씨가 90억원에 이르는 돈을 비정상적으로 거래한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처음 이용호씨의 돈 5000만원이 아태평화재단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드러나 아태재단을 수사하게 됐을 때는 압력성 전화도 많이 받았다는 차 특검은 “수사는 물 흐르듯이 가는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역사 앞에서 심판받는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수사에 임하고 있는 검찰에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최근 자신을 두고 취약하고 이질적인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 전 감독 거스 히딩크와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는 차 특검은 “사실 나와 히딩크 전 감독의 공통점은 ‘마이웨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밖에는 없다”며 웃었다. 그는 요즘 특검으로서 변호사 활동을 제쳐두고 ‘이용호 게이트’ 관련 인물들의 공소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차 특검은 “우리나라에서는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시스템이 약해 권력의 핵심뿐만 아니라 권력자들의 측근을 이용하려는 풍토가 만연해 있는 것 같다”며 “권력자의 철저한 주변 관리와 역사에서 배우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