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는 98년 7월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활동비로 준 헌 수표 10억원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 창고에 숨겨놓고 그 앞에 가구를 쌓아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주위에서 받은 돈 가운데 상당액을 측근 6인방과 서울 강남 고급 룸살롱에서 어울릴 때 쓰는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홍업씨는 공교롭게도 5년 전 구속됐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가 이용했던 G룸살롱을 자주 드나든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홍업씨는 또 시가 16억원대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83평형 고급아파트와 1억5000만원 상당의 오피스텔도 구입했다.
이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철저한 돈세탁. 홍업씨는 매우 복잡한 돈세탁 과정을 거쳐 사용했다. 자금 세탁은 주로 김병호(金秉浩)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과 홍업씨의 고교 동창인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이 맡았다.
이들은 아태재단 직원 10여명과 서울음악방송 직원들을 시켜 수표는 현금으로 바꾼 뒤 헌 수표로, 현금은 수표로 바꾼 뒤 다시 헌 수표로 바꾸는 방법을 동원했다.
현대에서 받은 돈도 김병호씨가 5개의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한 뒤 100만원권 수표로 바꿔 사용했다.
홍업씨는 김성환씨와 함께 성원건설에서 10억원을 받을 때는 아예 10만원권 헌 수표로 1만장을 받아 사정기관의 자금 추적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홍업씨는 이런 행태 때문에 “대통령 아들로서의 공인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