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張裳·63) 이화여대 총장이 11일 사상 첫 여성 재상(宰相)으로 발탁되자 ‘이화인’들이 보인 한결같은 반응이다. 장 총리서리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위해 본관 교무회의실에 나타나자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장 총리서리는 ‘여성이라 발탁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여자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정치 경험이 없고 중립내각을 운영해 나갈 행정 경험자이기에 발탁된 것 같다”며 “국가적 중대사인 대통령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치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워낙 중요한 자리라서 망설였지만 ‘21세기에는 남녀가 대등하게 일하는 사회를 구축해야 하며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전화에 마음을 굳혔다”며 “이희호(李姬鎬) 여사와는 이화여대 동문으로 학교 행사장에서 만났을 뿐 별다른 친분은 없다”고 말했다.
장 총리서리를 만나는 사람들은 두 번 놀란다고 한다. 학계는 물론 정 관계, 재계 등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마당발’인데 놀라고, 과감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카리스마에 다시 한번 놀란다는 것.
그는 원칙주의자이지만 이화여대의 고유 전통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융통성을 발휘해 첫 기혼 총장으로서 ‘재학 중 결혼 금지’에 유연하게 대응했고 결혼한 대학원생을 위해 교내에 탁아소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또 ‘전문 경영인’으로도 수완을 발휘해 특성화교육, 연구비 증액, 국제대학원 설립 등 학교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점심, 저녁 때 총장 공관에 각계 인사들을 초대해 끈질긴 설득으로 상당한 학교발전기금을 모았고 유상부(劉常夫) 포스코 회장으로부터 100억원 상당의 이화포스코관 건립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장 총리서리는 ‘여자이기 때문에’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여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의 도움 없이 여자 혼자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똑똑한 여자는 여대에서 제대로 리더십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화여대 김치수(金治洙·불문학과) 교수는 “장 총리서리가 총장으로 있을 때 조카가 강사 임용시험에 정식으로 응시해 합격했는 데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져 교직원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공사 구분이 철저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평북 용천 출신인 장 총리서리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삯바느질을 하는 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숙명여고를 거쳐 1962년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 신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미국 유학시절 만삭의 몸으로 박사논문을 끝마치는 집념을 보이기도 했다.
남편인 연세대 신학과 박준서(朴俊緖·62) 교수와의 사이에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장남은 미국 시민권자로 병역을 면제받고 미국 유학 중이며 둘째 아들은 군 제대 후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