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 해외로… 올여름 181만명 사상최대 출국예상

  • 입력 2002년 7월 14일 18시 31분


인천국제공항이 해외로 떠나려는 사람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 김동주기자
인천국제공항이 해외로 떠나려는 사람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 김동주기자
최근 들어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에다 소득이 늘어나고 소비심리가 높아지면서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무분별한 해외여행과 외제 명품 과소비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각종 단체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거창한 명목을 내걸고 해외연수나 해외시찰에 나서고 있으나 대부분 단순 관광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외제 명품을 사기 위한 원정관광도 성행하고 있다.

이달 초 전국개인택시연합회 시도조합 이사장 14명은 ‘선진교통문화 체험’이란 명목으로 9박10일 동안 외유에 나섰으나 여행지가 택시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몽골과 러시아여서 조합원들의 빈축을 샀다.

또 일부 정부 부처는 해외시찰 명목으로 직원들의 ‘외유’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한 경제 관련 부처는 5월 업무와 관련한 해외시찰 명목으로 직원 3명을 유럽으로 1주일 정도 출장을 보냈으나 단순 관광이나 다름없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원화 강세를 틈타 외국의 유명 브랜드상품을 사기 위한 이른바 ‘해외명품 원정쇼핑’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12박13일 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온 TCTG 여행사 가이드 선재구씨(33)는 “한국 관광객들이 세일행사를 하고 있는 영국 히드로공항 면세구역의 ‘발리’ 매장을 아예 싹쓸이하다시피 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며 “환율 하락에다 외국 여름철 명품세일 기간이 맞물려 한국 ‘명품족’들의 해외원정 쇼핑이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19일∼8월11일 하계성수기에 인천공항을 이용할 여행객은 외국인을 포함해 하루 평균 7만5500명, 총 181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4일 전망했다.

이는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고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9만명보다 무려 14%나 늘어난 것이다.

한편 관세청은 고급 주류나 카메라 등 호화 사치품을 세관 신고 없이 반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음달 31일까지 해외 여행자의 휴대품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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