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 전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국가기관들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을 조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팀 관계자는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의 해외 도피로 관련 비리 수사를 중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안 전 청장이 홍업씨 측의 청탁을 받고 ㈜한국미스터피자의 추징금 감면 청탁에 개입한 사실을 밝혀냈으나 안 전 청장과 국세청 직원의 비리는 확인하지 못했다.
안 전 청장이 지난해 해외로 달아나는 바람에 홍업씨-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안 전 청장-국세청 직원으로 이어지는 로비의 연결 고리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미스터피자에 대한 세무조사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장이었던 손영래(孫永來) 국세청장과 당시 직원들도 홍업씨 측이 추징금 부과 후 ‘사례비’ 성격의 7000만원을 받은 정황이 밝혀졌는데도 안 전 청장에게서 세금 감면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홍업씨의 로비가 이수동씨를 거쳐 안 전 청장에게 전달된 사실은 밝혀냈지만 이 과정에서 안 전 청장의 역할과 금품 수수 등 대가 관계가 드러나지 않아 수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14일 “이 사건만으로 안 전 청장은 귀국 즉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혀 안 전 청장에 대한 강제 송환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안 전 청장은 이에 앞서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가 지난해 6월 사채업자 최모씨의 세금 감면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이후 승환씨를 직접 만난 사실도 드러나 각종 권력형 비리 사건에 개입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 전 청장의 개인 비리는 서울 강남의 ‘가족타운’ 조성 의혹에 그치지 않고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범죄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검찰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안 전 청장의 소재를 추적하며 범죄인 인도 절차에 필요한 사전 조치를 검토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안 전 청장이 개입한 다른 감세 청탁 의혹 등을 종합 검토한 뒤 범죄인 인도 요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는 조만간 서울지검이 수사한 사채업자 감세 청탁 사건 수사 기록 등을 넘겨받아 안 전 청장의 강제 송환에 필요한 절차 등을 적극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국세청과 안정남 전 국세청장의 주요 비리 의혹과 수사 상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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