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형사10단독 박영화(朴永化) 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논고문을 통해 “관계자들의 증언 및 수사 결과를 토대로 볼 때 피고인의 혐의는 유죄로 인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 전 고문은 최후진술을 통해 “나는 국가안전기획부 중앙정보부 국가정보원과 악연이 많은 사람”이라며 “많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민주화투쟁을 계속해 왔는 데 한보사건에 이어 또다시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고 주장했다. 권 전 고문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진승현에게서 한 푼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하늘과 이 권노갑과 가족과 자손들의 명예를 걸고 말한다”며 크게 흐느끼기도 했다.
변호인단 역시 “돈을 전달했다는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이 악감정을 갖고 권 전 고문을 모함하는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한편 이날 결심에 앞서 진행된 공판에서는 정성홍(丁聖弘·구속) 전 국정원 경제과장이 증인으로 출석, 국정원 특수사업 자금조달을 위해 사업가에게 먼저 접근했으며 이들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해결사로 나섰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정씨는 “진승현은 우리(국정원)가 먼저 접근한 사람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도와주기 위해 권 전 고문을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정씨는 “소위 ‘진승현 리스트’ 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당시에도 국정원은 사회적 파장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를 막으려 했다”며 “나쁘게 얘기하자면 국정원이 특수사업 등을 위해 기업인을 먼저 이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고 공판은 25일 열릴 예정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