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趙淳) 전 경제부총리의 수제자인 정 교수는 ‘화폐금융론’ 등 각종 경제 필독서를 저술했으며 개혁적인 경제학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 2000년 9월25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 ‘구조조정만이 주가 살린다’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히 비판하면서 출범한 지 50일밖에 안된 진념(陳稔) 당시 경제부총리의 교체를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 교수는 현 정부의 재벌 규제와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지지하는 편이었으나 집권 후반기에 들어 재벌 규제 정책이 완화되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줄곧 주요 요직의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청와대 측이 한국은행 총재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고사했고, 경제수석과 재경부총리를 맡아달라는 요청에도 “학자로서 강의와 연구에 열중하겠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공주 출신인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컬럼비아대 조교수를 거쳐 78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현재 사회과학대학장을 맡고 있다.
정 교수는 사회과학대학장을 맡은 직후 집담회를 도입해 교수들의 의견을 듣는 등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는 편이라 총장 취임시 대학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는 총장후보 선거 기간에 “제도적인 개혁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민주적 의사결정을 존중하려는 자세와 의지”라며 “총장의 개방적이고 겸손한 태도가 민주적 제도 개혁과 결합돼야 학내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