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아파트 ‘사전검사제’ 제구실 못한다

  • 입력 2002년 7월 16일 21시 03분


경기 부천시 상동택지지구 C아파트에 사는 장영미씨(37·여)는 집에만 들어서면 화가 난다.

현관 바닥 타일이 들뜬 것은 물론 조금만 힘을 줘도 좌우로 휘어져 버리는 안방문 등 손봐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씨 가족이 이 아파트에 입주한 것은 올해 5월말. 장씨는 채 두 달도 안된 새 집이라고는 도저히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330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현재 90% 가까이 입주가 완료된 상태지만 대부분의 집에서 타일 벽지 가구 등에 대한 하자 보수 신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시공업체와 주민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석달 째 갈등과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업체측은 ‘설계 도면대로 다 했다’ ‘덤을 원하면서 왜 그렇게 언성을 높이느냐’고 주장하고 있는 것.

업체 관계자는 “3월말 실시한 입주자 사전검사 이후 지하주차장 출입구 덮개와 담장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들어줬다”며 “입주자들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에는 인천 영종지구 모델하우스 앞에서 입주자 10여명이 항의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회사 이미지가 구겨졌다며 입주자 2명을 경찰에 고소한 상태.

이에 대해 입주자들은 “업체측이 처음에는 대표들의 자격을 따져 요구사항 수용을 미루더니 편리한대로 말을 바꾸고 있다”며 “자비를 들여서 하자를 보수하고 그 대신 무성의한 업체의 이름을 아파트 외벽에서 지워버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부천시가 보다 못해 중재에 나설 예정이지만 입주자들은 시도 못믿겠다는 입장이다.

29개 단지 1만5000여 가구 규모인 상동지구는 현재 이 아파트단지를 포함해 11개 단지 4800여 가구분 아파트에 대한 사용검사가 나 입주를 마쳤거나 입주중인 상태.

정도는 다르지만 주변 아파트 단지들도 각 관리사무소를 중심으로 하자 보수 신청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하자’를 둘러싼 공방이 끊이지 않는 것은 ‘강제 규제가 없는 입주자 사전검사제’의 탓이 크다.

건설교통부는 2000년 5월부터 입주 예정자들이 아파트 완공 2∼3달 전에 아파트를 둘러본 뒤 업체측에 보수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사전검사제’를 시행했다.

사전검사의 대상은 입주전 행정기관의 사용검사 항목에서 빠져 있는 도배나 도장 가구 조경 유리 타일공사 등.

업체와 입주자간 사전합의로 하자 시비를 줄이겠다는 것이 본래 취지지만 행정기관이 이행여부를 감독하거나 강제할 권한이 없어 ‘종이 호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상동지구는 2000년 이전에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나간 곳이라 ‘사전검사’의 대상이 아니지만 시가 행정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시범실시하는 바람에 혼란을 더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주민들은 입주자들을 위해 사전검사제를 도입한 것이라면 차제에 업체가 의무적으로 하자를 보수하도록 하는 규제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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