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회장등 주가조작혐의 수사

에쓰오일(구 쌍용정유)의 김선동(金鮮東·60)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주가 조작과 분식 회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경찰에 적발돼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주가 조작 혐의로 대기업 회장과 임원들에 대해 무더기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8일 에쓰오일 김 회장과 대표이사 유모(55), 수석 부사장 노모(51), 회계담당 상무 김모(52), 자금담당 상무 조모(41)씨 등 5명에 대해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해외담당 부사장 박모(41)씨 등 임원 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관련기사▼

- 에쓰오일 회장등 주가조작혐의 논란
- 에쓰오일은 어떤 회사?

경찰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1999년 12월 당시 1만5500원대였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회사자금 3390억원을 투입, 임직원 명의로 2300개 증권 계좌를 만든 뒤 자사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당시 에쓰오일 지분은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사가 35%, 에쓰오일 28.4% 등 자사우호 지분이 63.4%였으나 자사주 집중 매입후 85%까지 올라갔다.

에쓰오일은 자사주 매입으로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물량이 줄어 주가 조작이 쉬운 여건이 조성되자 김 회장의 동창과 딸 등 14명의 명의를 빌려 6개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었다.

그후 에쓰오일은 회사돈 1000억원을 투입, 이 계좌들을 통해 주가 조작에 들어가 고가주문, 허수주문 등의 방법으로 2만3571회에 걸쳐 1만5500원대의 주가를 5만6000원까지 끌어올려 80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에쓰오일은 지난해말 재고재산의 평가기준이 되는 휘발유 등 4개 유종의 판매 단가를 조작, 경상이익(-88억원)과 당기순이익(-77억원)을 각각 293억원과 268억원으로 만드는 등 분식회계 혐의도 받고 있다.

이밖에 에쓰오일은 기밀비 항목에서 3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중 13억원을 접대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17억원으로 자사 주식을 사들여 비자금으로 관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에쓰오일측은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IMF기간중에 적대적 인수 합병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종업원이나 회사에 우호적인 관계자가 회사주식을 취득한 일은 있지만 주가 조작이나 분식 회계를 한 일이 없고 비자금을 조성한 일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연합뉴스 관련기사▼

- S-Oil 주가조작.회계부정혐의 적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