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씨 공판서 심경밝혀 ˝최규선과 손잡고 사업꿈꿔˝

  • 입력 2002년 7월 19일 18시 50분


“구치소 생활은 처음의 두려움과는 달리 과거를 돌아보는 기회가 됐습니다. 좁은 공간이지만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해 홀가분하기까지 합니다.”

60여일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법정에서 자신의 심경과 과거 성장과정 등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용헌·金庸憲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2차 공판에서 홍걸씨는 변호인 반대신문을 통해 “아버지의 장기구금과 사형선고 등 사춘기 시절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을 겪으면서 소극적,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했다”며 “주위에 대한 불신감과 무력감, 자책감이 겹쳐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홍걸씨는 “나와는 정반대로 발이 넓고 추진력이 뛰어난 최규선(崔圭善)씨의 성격에 대해 처음에는 다소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내가 갖추지 못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최씨와 가까워진 경위를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왕자나 마이클 잭슨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하는 최씨의 능력도 믿었다는 것.

그는 “최씨와의 사업에 성공하면 가족의 강한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고 대견한 모습으로 부모님과 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거창한 포부를 가졌지만 독자적인 판단이 결국 (아버지께) 누를 끼치는 시발점이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홍걸씨는 이어 “손에 닿을 수 없는 신기루를 쫓아왔다는 허망함과 자괴감, 안타까움만 남았다”며 “모든 책임은 다 감수할 테니 40대 아들의 잘못을 부모님께 돌리지 말고 나에게만 물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걸씨는 알선수재 등 혐의에 대해서는 “최씨의 부탁을 받고 사업가들을 만나는 자리에 동석했을 뿐 사업 청탁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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