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價인하 정책과 현실]참조가격제 도입 환자부담 늘려

  • 입력 2002년 7월 19일 18시 50분


정부가 약가 정책에 큰 비중을 두게 된 것은 2000년 7월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약품비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증가, 건강보험재정을 급속도로 잠식하면서부터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참조가격제, 약가재평가, 최저실거래가제도 등을 통해 고가약 처방을 억제하고 약가 자체를 인하하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제약업계 의약계 등의 반발과 부작용을 우려한 시민단체의 반대 등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약품비 증가 추세는 진료건당 약품비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2000년 5월 6040원이었던 진료건당 약품비는 2001년 1월 9240원으로 늘었고 2001년 8월에는 1만20원으로 뛰었다. 증가추세는 계속 이어져 올해 3월에는 1만495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약품비 증가의 주된 원인은 고가약 사용 비율이 의약분업 실시후 크게 증가하여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약가 거품을 빼거나 고가약사용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주요 약가정책과 그 현황을 살펴본다.

▽참조가격제(약품급여비 보상 상한액제)〓동일한 효능군 의약품의 보험청구상한액을 정하고 그 가격보다 비싼 부분은 환자가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가 시행하고 있다. 2001년 5월 도입 방침이 발표됐지만 제약업계는 물론 시민단체 등이 환자부담 증가 가능성을 들어 반대했다. 작년 10월 실시방침이 일시 유보됐다가 올 1월말 이태복 보건복지부 장관 취임이후 재추진됐다. 다국적제약사는 “약품간 질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반발했다. 이 제도는 시범사업시행조차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다.

부작용도 있다. 건보재정은 절감되겠지만 환자 부담이 는다는 점. 또 제도를 도입해도 의사와 약사가 동일효능을 가진 저가약품을 처방, 조제하지 않는다면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저실거래가제〓병원과 약국은 약품비를 보험공단에 청구할 때 대부분 약품 거래가 청구상한금액으로 이뤄진 것처럼 기재한다. 그러나 실제는 이면계약 등을 통해 청구상한금액의 3∼85%선에서 거래된다. 그만큼 약가 거품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 거래가를 조사해 최저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보험약가를 새로 정하는 것이 최저실거래가제다. 하지만 약가를 새로 정할 때 가중평균가(거래 물량을 고려한 평균가)를 기준으로 삼는 한 강력한 효과가 없다. 따라서

복지부는 실제 거래실적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 자체를 기준으로 삼아 약가를 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제약업계는 ‘새로운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고 규제개혁위원회도 제약업계의 주장에 일부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약가재평가제〓현재 보험약가제도는 한번 약가가 정해지면 오리지널약의 특허기간이 끝난다든지, 동일한 효능의 약품이 개발됐다든지 하는 가격 산정 여건이 변경되더라도 이를 약가에 반영할 길이 없다. 따라서 각 약품에 대해 원가분석을 실시, 오리지널약과 카피약값이 터무니없이 높은 약 등의 가격을 2∼3년 주기로 재조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 그러나 이 제도 역시 약가 재평가를 위한 고시 개정안이 규제개혁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저가약 대체 조제〓처방전에 기술된 특정약 외에도 동일한 효능을 지닌 것으로 시험결과 확인된 약품을 대체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성분명 처방 제도 역시 의약분업 당시부터 검토됐지만 제약업체의 소극적 태도 등 때문에 아직도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을 뿐이다. 제약업계가 소극적인 이유는 의약품약효동등성실험에 드는 비용을 업계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사들에게 의사가 처방한 고가의약품 대신 저가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한 경우 약사에게 약가 차액의 30%를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있지만 호응도는 낮다.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약품비 절감을 위한 정부의 주요 정책
제 도 추진 경과 및 현황
참조가격제2001. 5 건보재정안정대책 과제 가운데 하나로 발표됨
2001. 8 통상마찰 우려 시행 연기키로
2002. 4 시범사업 형태로 재추진, 6월부터 시행키로
2002. 6 시행 연기된 상태
최저실거래가제2002. 5 고시개정안 입안 예고
2002. 6 규제개혁위 행정사회분과위 1년간 한시적 운영결정.
그러나 본회의에서는 결정 보류됨
2002 7.26 규제개혁위에서 재심 예정
약가 재평가 실시2002. 4 약가원가분석제도 도입
2002. 6월부터 원가분석을 바탕으로 약가재평가 실시하려했으나 관련
고시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 연기됨
2002. 7.26 규제개혁위 재심 예정
성분명 처방(대체조제)2000. 7 의약분업 앞두고 성분명 처방 허용 주장이 제기됨.
2001. 7 의약품동등성시험 거친 약품 대상, 대체조제 가능케하고 조제시
약사에 인센티브 제공
2002 7월 현재, 제약사들 동등성시험 품목 확대에 소극적
자료:보건복지부, 국회업무보고자료(7월18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