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그룹이 96년 전주 민영방송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회사돈 39억원을 변칙으로 빼돌린 것이 대표적 사례. 세풍그룹은 이 중 20억원을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의 아들 현철(賢哲)씨와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고대원(高大原·구속) 전 ㈜세풍 부사장이 로비스트 김태연씨(35·구속)에게 10억원을 줬으나 로비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 가운데 8억원을 자신이 챙기고 나머지 2억원으로 자신의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현철씨의 장모를 통해 로비를 시도했으나 단번에 거절당했다는 것.
고씨는 김씨에게 문민정부 당시 대통령수석비서관을 지낸 이모씨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도 5억원을 전달했다. 중간에서 이 돈을 받은 지방 Y대 교수 박모씨(52)는 2억8000만원을 ‘수수료’로 챙기고 2억2000만원만 이씨의 개인보좌관을 지낸 정모 교수(44)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박씨에게서 돈을 받은 적도, 이씨에게 돈을 전달한 적도 없다”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씨에 대한 로비 의혹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세풍그룹 계열사인 세풍월드 전 부사장 고대용(高大容·구속)씨는 유종근(柳鍾根·구속)전 전북지사에게 국제자동차경주대회(F1 그랑프리) 유치 및 경주장 건설 관련 인허가 청탁과 함께 4억원을 건넸다.
대우자판의 경우 98∼99년 9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돈 가운데 3억원은 대우그룹 본사의 인천 송도 이전과 관련한 도시계획 용도변경 등 행정 지원의 대가로 최기선(崔箕善·구속) 전 인천시장에게 건네졌고, 민주당 송영길(宋永吉) 의원과 이재명(李在明) 전 의원에게도 각각 1억원과 3억원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전달됐다.
수십억원대의 업무상 배임 횡령 혐의로 구속된 백송종합건설 회장 박정삼씨(45)는 검찰 관계자를 잘 안다며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는 부산의 대형사찰 주지 박갑술씨(67·여)에게 9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그러나 박씨가 검찰에 로비를 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받은 돈 가운데 5억2000만원으로 사찰 주변 땅을 샀고 나머지 돈은 절 안에 보관하고 있다가 수사관들에게 압수당했다”고 말했다.
부실 기업 현황 및 검찰 수사 결과 | ||
기업 이름 | 혐의 | 검찰 수사결과 및 부실현황 |
세풍그룹 | 업무상 횡령 배임 등 | -고대원 전 세풍 부사장 39억 비자금 조성해 로비 -고대용 전 세풍월드 부사장 9억2800만원 횡령 -98.7월 워크아웃. 부채 5310억원 |
새한그룹 | 분식회계 대출사기 등 | -1311억원 분식회계로 1048억 대출 사기 -2000.5월 워크아웃. 부채 1조8050억원 |
대우자판 | 배임 등 | -공사대금 과다지급 수법으로 9억5000만원 비자금 조성해 로비 -99.8월 워크아웃. 부채 5300억원 |
나라종금 | 2995억원 불법대출(배임) 등 | -2조998억원 공적자금 투입 -2000.1월 영업정지 |
보성그룹 | 분식회계 대출사기 등 | -401억원 분식회계로 568억원 대출 사기 -2000.1월 화의 개시. 부채 7700억원 |
SKM 및 동산C&G | 분식회계 대출사기 배임 등 | -475억원 분식회계로 1258억원 대출 사기 -2000.11월 SKM 부도 후 법정관리, 2001.2월 동산C&G 파산. 부채 4095억원 |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