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피서지의 바가지 요금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사회적 비난을 받았지만, 올해도 그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우선 피서철마다 바가지 요금이 극성을 부리는 주된 이유는 많은 피서 인파가 여름 한철에 특정지역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피서지의 숙박업소 상가 식당 등은 한정되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용하다보니, 이들 시설에 대한 초과수요 현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초과수요가 발생하면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상식이다.
또 피서지의 바가지 요금이 쉽게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피서지에서 숙박업소 상가 식당 등의 서비스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려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피서지에서의 영업이윤이 피서객들이 예상하는 수준보다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피서지의 상인들은 성수기인 여름 한철에 집중적으로 장사를 해서 큰 폭의 영업이윤을 확보해야 전체 기간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나머지 비수기를 버텨낼 수 있다. 여유자본을 갖고 있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피서지 시설에 대한 투자보다는 상시적으로 영업이윤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지역에 대한 투자가 훨씬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서지의 바가지 요금은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피서지의 시설 사용에서 초과수요가 엄연히 발생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인위적인 가격 규제를 강행할 경우 대부분의 업주들은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상점의 문을 걸어 잠글 것이다. 그러면 피서객들은 피서지에서 잠을 잘 곳, 음식을 사먹을 곳, 쇼핑할 곳을 찾기가 더욱 더 어렵게 될 것이다.
이제 정부는 어설픈 가격 규제보다는 오토 캠핑장, 야영장, 야외 화장실 등 피서지의 기초시설을 확장해 나가면서 폭력배들이 동원된 자릿세 받기와 피서지 내에서 외부인의 상업활동을 방해하는 불법 텃세 행위를 근절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피서객들의 의식변화도 필요하다. 산 아래의 상점에서 파는 콜라 1병의 가격과 산꼭대기에서 파는 콜라 1병의 가격이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피서객들도 피서지의 다소 높은 물가를 광의의 휴가비용으로 간주하고 넓은 아량과 느긋한 마음으로 올 여름 피서를 즐기면서 삶의 여유와 많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한다.
김덕수 공주대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