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관이 현장에 도착해 업무 보고가 시작되는 순간, 박물관 건물 앞쪽 500m 떨어진 미군 헬기장으로 미군 헬기 한 대가 날아들었다. 이성원 기획단장의 보고가 시작됐지만 요란한 헬기 소리는 여전히 계속됐다.
이 단장은 마지막 대목에 “2002년 4월부터 한미 합동 고위실사단이 7차례에 걸쳐 회의를 한 결과, 헬기장을 미군 용산기지 내로 이전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보고했다. 이 단장은 이어 “이전 합의안이 체결되면 3년 이내에 이전하겠다는 것이 미군의 견해”라고 덧붙였다.
이 단장의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지금 한국과 미국이 이전에 완전합의한다고 해도 3년 뒤인 2005년 8월 이후에나 헬기장을 이전하겠다는 뜻이다. 개관 예정일은 2005년 7월이지만 미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어 이 단장은 조심스럽게 건의사항을 하나 내놓았다.
“미군이 수용가능한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국방부장관님께 협조 요청해 주십시오.”
기자가 느끼기에 이 단장의 건의는 실로 간곡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 장관은 “헬기장 이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례적으로 말하고 현장을 떠났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헬기장 이전 문제를 낙관적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해서 헬기장 이전이 잘 될까”라고 나지막히 되뇌었다. 그들의 얼굴 표정엔 ‘김 장관이 좀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장관이 떠단 뒤 박물관 앞에는 여전히 미군 헬기들이 굉음을 내면서 이착륙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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