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업장별 '주5일 근무' 걱정된다

  • 입력 2002년 7월 23일 18시 34분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해 2년여 끌어온 노사정 협상이 끝내 결렬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 배분 효과를 낼 수 있는 주5일 근무제가 국가적 기준에 의해 시행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주5일 근무제를 규정하는 법률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장별로 협상을 통해 시행하다 보면 산업계의 혼란은 불을 보듯 환하다.

결렬의 원인은 생리휴가 월 1일과 연월차 휴가 감소분에 대한 소득보전 방안을 놓고 양측이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데 있다. 경제계의 경직된 자세도 타협을 가로막는 요인이었지만 노동계가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발생할 경제계의 부담에 대해 양보를 하지 않은 것도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었다.

정부 입법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국회가 노사정 합의 없는 입법에 반대하고 있고 연말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이 정부 임기 내에 국회통과는 불투명하다. 법률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달 1일부터 금융계가 주5일 근무를 시작했고 일부 공기업과 대기업 사업장에서 노사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노사정 협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노총이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노사 분규의 확산이 우려된다.

일본이 법정 근로시간을 1987년 주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기까지 12년 걸린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일본은 87년에 법률을 제정했지만 90년 금융 부문, 92년 공무원, 94년 대기업으로 점진적인 과정을 거쳐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했다. 한국은 법정근로시간이 44시간이지만 실제 근로시간은 주당 47.5시간에 이르러 주5일 근무(40시간)를 급격하게 도입하면 실제 근로시간과의 격차가 커 시간외 수당 등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서두르지 말고 이 제도가 금융 공공부문 대기업에서 먼저 정착된 후 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영세업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담아 법제화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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