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詩와 그림으로 마을 꾸몄어요”

  • 입력 2002년 7월 23일 21시 05분


골목길 담장마다 소담한 시와 그림들로 채워진 도심 속의 마을이 있다.

광주 북구 각화동 참판 2길에 자리한 ‘시(詩)·화(畵)가 있는 마을’. 이 마을 182번지와 183번지 일대 32가구 주민은 최근 500여m의 마을 담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조촐한 마을잔치를 열었다.

주민들이 마을 담장을 시와 그림으로 꾸미기로 한 것은 3월. 동사무소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자 주민들은 세대당 5만원씩를 갹출하고 구청에서 8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주민들은 각자 가족회의를 열어 집 담장에 적어 놓을 시를 직접 쓰거나 골랐다. 어떤 집은 유치환, 박노해, 푸시킨 등 유명 시인들의 작품을 내놓고 시 대신 성경의 고린도전서 구절을 적어 내는 주민도 있었다.

담장에는 한 편의 시에 물고기나 꽃 같은 그림이 곁들어졌다. 담장의 글과 그림은 색이 변하는 페인트 대신 타일을 조각 내 붙이는 기법을 사용했다. 칼로 긁어도 흠집이 나지 않도록 견고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다. 동네 담장이 시와 그림으로 채워지면서 이웃 간의 정도 넘쳐나고 있다.

주민 조화순씨(56·여)는 “담장에 좋아하는 시를 적어두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며 “이웃 간의 정도 돈독해져 이제는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 정도”라고 말했다.

도심 속의 이색 골목길은 어느새 유명세를 타 경기 용인과 부산, 강원 등 전국의 자치단체 공무원과 주민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각화동 주민자치위원회 김상근 위원장(72)은 “시멘트벽으로 둘러쳐져 삭막하기만 했던 동네가 한순간에 환해졌다”며 “마을을 다녀간 사람마다 주민자치의 모범사례라며 칭찬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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