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 총장 발언 신중해야

  • 입력 2002년 7월 24일 18시 05분


서울대 위기론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서울대에 입학하는 것이 많은 수험생들의 현실적인 목표라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대학입시는 소수점 이하의 미세한 점수 차로 합격과 불합격이 가려진다. 서울대를 지망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이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서울대가 정해 놓은 입시방식에 맞춰 시험 준비를 한다. 과열된 입시 풍토에서 서울대 입시가 중고교 교육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며칠 전 취임한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방송에 출연해 2005학년도 입시에 지역별 쿼터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놓고 신중치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과거에도 거론된 적이 있는 이 제도는 전국 시 도에 대해 인구 비례로 각각 입학생 수를 정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서울과 지방, 도시와 농촌 학생들 사이엔 상당한 학력 격차가 있기 때문에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수험생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시행된다 해도 역차별과 형평성을 문제삼는 역풍이 거셀 것이 분명하다.

정 총장이 이 같은 주변 상황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발언했든, 아니면 모르고 발언했든 두 가지 경우 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알고 발언했다면 더욱 심각하다. 지역별 쿼터제는 학교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의견까지 수렴해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지, 갓 취임한 총장이 사전 준비 없이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불쑥 독자적으로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 독선을 뛰어넘는 민주적 절차는 정 총장이 내건 ‘서울대 개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이날 발언은 누가 보아도 즉흥적이고 돌출적으로 이뤄졌다. 방송이 나간 직후 총장 비서실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며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재차 강조한 것만 봐도 그렇다. 혹시 모르고 발언이 이뤄졌다면 이런 식의 섣부른 언사와 발상으로 난마처럼 얽힌 서울대의 여러 문제점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걱정스럽기는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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