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사육…농사…年수입 7000만원

  • 입력 2002년 7월 29일 18시 21분


“흙은 솔직해요. 가꾼 만큼 보답하고 뿌린 대로 거두죠.”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 상류에 있는 대흥면 탄방리의 권희구(權熙球·60·사진)씨 집은 승용차 1대가 빠듯하게 지나갈 만한 농로를 거쳐야 접근이 가능하다. 풀이 듬성듬성 나 있는 마당에 들어서면 애완견 수십 마리가 손님을 맞이한다. 200여평의 대지에 가옥은 30여평. 고추밭과 우사(牛舍)도 있다.

권씨는 3년 전만 해도 알아주는 장난감 제조업체인 ‘시앤에이치’의 상무이사였다. 그가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농촌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한 것은 농촌이 좋아서였다. 회사에 다닐 때 가끔 예당저수지로 낚시하러 왔다가 정이 든 것이다.“도시에서 거대 조직의 부품이 되기보다는 조용한 농촌에서 주인이 되고 싶어서 결단을 내렸죠.”권씨는 아직도 서울에 머무르고 있는 부인과 세 자녀의 반대가 심했으나 끈질기게 설득했다.

2000년 겨울 충남 예산의 귀농학교를 통해 지금의 집터를 소개받았다. 퇴직금을 포함해 모두 6000만원을 들여 집을 고치고 논과 밭 3000평도 매입했다.최근에는 예당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별장용 주택지 300평도 매입했다. 농사일과 소 3마리, 애완견 30마리를 관리하는 게 하루 일과이며 아침저녁으로 인근 야산을 산책하는 것은 큰 즐거움 중 하나. 수입도 괜찮은 편이다. 심심해서 키우기 시작한 애완견이 새끼를 낳기 시작해 1마리에 연간 1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소득이 한창 때 회사에서 받던 연봉과 맞먹는 7000만원 수준입니다.‘시골에서 뭐 할 게 있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할 일도, 돈 되는 일도 찾아보면 너무 많아요.”

권씨는 지금은 혼자 살지만 내년에 막내아들을 장가보낸 뒤 합류하기로 한 부인(57)과의 노후생활을 기대하고 있다.

예산〓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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