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는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차장에 경비원 2명이 근무했으나 야식을 먹느라 모두 자리를 비웠고 주차요원들도 요금 정산에만 신경 쓸 뿐이었다.
임씨는 새로 산 핸드백을 배상해줄 것을 할인점에 요구했지만 할인점측은 주차장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며 배상을 거부했다.
임씨의 경우처럼 밤늦게 대형할인점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이 경비가 허술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소매치기나 날치기 범죄가 일어나도 할인점측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거나 고객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바람에 애꿎은 고객만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잦다.
특히 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야간쇼핑을 즐기는 주부들이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주부 최모씨(31·서울 강남구)는 19일 오후 6시경 서울 강남구 B할인점 서점에서 현금 70만원이 든 핸드백을 잃어버렸다. 카트에 싣고 다니던 핸드백이 어느 순간엔가 없어진 것.
최씨는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직원들은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최씨는 직원들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지만 “경찰과 바로 연결되는 전화가 없으니 직접 하라”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
최씨는 “손님에게 직접 신고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의했지만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29일 0시경 서울 강동구 C할인점.
늦은 시간인데도 지하 3, 4층 주차장에 고객들이 적지 않게 있었지만 경비나 주차관리 요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후 8시 이후에는 주차요금을 받지 않아 주차관리 요원들이 퇴근하고 할인점 위에 있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순찰을 돈다는 것이 할인점측의 설명이었다.
아파트 주민 전용인 지하 5∼7층 주차장에는 폐쇄회로 TV가 설치돼 있었으나 할인점 주차장에는 그마저 없었다.
이에 대해 A할인점 관계자는 “정식 직원 15명, 용역 직원 18명 등 모두 33명의 경비직원을 배치하고 있으나 좀처럼 범죄가 줄지 않고 있다”며 “소매치기 중에는 여자도 많아 고객과 구분이 안 돼 단속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