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선정한 위원들로 구성된 교과용 도서 검정위원회 심사에서 합격한, 4개 출판사가 제작한 4종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는 김영삼 정부의 경우 비리와 대형사건으로 얼룩진 정권 등으로 기술된 데 비해, 김대중 정부에 대해서는 개혁과 남북화해에 앞장선 정권 등으로 치적 비중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역사 평가가 어렵고 정치적으로 예민한 근현대사 관련 교과서를 검정하면서 현 정권에 대해 치적을 중심으로 기술한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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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역사 평가가 어렵고 정치적으로 예민한 근현대사 관련 교과서를 만들면서 현 정권에 대해 치적을 중심으로 기술한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학계 등에서 나오고 있다.
학계 전문가들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근현대사 서술에 대해서는 엄밀하고 객관적인 사료 발굴이 선행되고 학계의 토론과 검증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유학하거나 자녀를 교육시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자유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잦은 유럽의 경우 현 정권의 업적을 홍보하는 내용이나 과거 정권을 폄하하는 내용을 역사 교과서에 담는 것을 철저히 금기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청탁 등 부조리를 막고 검정위원들의 소신 있는 심사를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검정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위원 구성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30일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해당 교과서에 대한 정밀 분석을 거쳐 9월30일 교과서를 본격 생산하기 전까지 수정 보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교과서가 편협된 시각으로 기술되지 않도록 검정위원회가 공정하게 심사했다”며 “그러나 객관성 시비가 제기된 만큼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를 분석해 보완이 필요하면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수정하게 하거나 교육부 직권으로 고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 정부에 관한 부분은 객관적인 사실을 설명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단정적으로 기술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언론이 제기한 문제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국어 도덕과 함께 국사는 고교 1학년용까지는 국정 교과서이며,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고 2, 3학년 때 심화선택과목으로 배우는 한국 근현대사는 검정교과서로 분리돼 출판사가 집필한 것도 검정만 통과하면 사용할 수 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한나라 “묵과할수 없다”민주당 “현존인물 기술 신중”▼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30일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내용의 김영삼(金泳三) 정부와 김대중(金大中) 정부에 대한 기술이 형평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과 관련해 논평 등을 통해 이를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역사 왜곡은 묵과할 수 없다”며 “문제가 된 역사교과서가 사용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말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역사 왜곡은 범죄 행위로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었던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며 “정부는 문제가 된 교과서의 검정을 즉각 철회하고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아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이날 고위당직자회의 후 브리핑에서 “교과서 기술은 정확성과 균형이 매우 필요하며 더욱이 현존 인물과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한없이 신중하게 평가하고 기술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형평성 시비가 제기된 것은 잘못된 일로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