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병원측은 739명의 직원 중 여직원이 520명으로 ‘영유아보육법’의 직장보육시설 설치 권장기준(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상시고용업체)에 맞기 때문에 노조와 합의해 어린 자녀들을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설립을 추진한 것이다.
일산병원측은 지난해 8월부터 필요경비를 산출하고 우수 직장보육시설을 견학하는 등 준비작업을 마쳤다.
병원측은 일단 어린이들의 감염 문제를 우려해 사업장 밖에 보육시설을 마련키로 하고 부지를 물색했으나 예상 밖의 난관에 부닥쳤다.
일산은 모든 토지의 용도가 세부적으로 결정된 ‘계획도시’인 데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으로 용도가 지정된 부지에는 이미 건물이 다 들어서 있어 사업장 밖에 보육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또 건축법에는 상업용지에 육아시설이 들어설 수 없도록 돼 있어 상가건물 임대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업용지에 보육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토지공사가 상업용으로 매각할 경우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데 굳이 가격이 낮은 보육시설용으로 용도를 변경할 이유가 없는 데다 일산의 경우 토지용도 변경에 대한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업장 내에 육아시설을 설치할 경우 반드시 1층에 마련해야 하고 관련 부분의 용도를 육아시설로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이 있어 사업체에서는 이를 꺼리고 있다.
특히 병원과 공장 등은 내부에 육아시설을 설치할 경우 유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장 밖에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제약 때문에 일산백병원과 풍산아파트형공장 입주업체들도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려다 사실상 포기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일산신도시에는 민간기업의 보육시설이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어느 신도시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고 중산층이 많이 사는 일산이지만 사실상 ‘보육시설 사각지대’인 것이다.
이로 인해 직장보육시설을 원하는 사업장은 주거지역 내 주택에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건축법을 개정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소규모 가정보육시설이나 영유아의 놀이방 설치는 아파트 또는 주거지역에서도 가능하지만 직장보육시설만은 주거지역에 설치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을 고쳐 직장보육시설도 주거지역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일산병원 관계자는 “사업장이 자발적으로 보육시설을 갖추려 해도 일산 등 신도시에서는 각종 규제에 막혀 불가능한 상태”라며 “여성의 사회참여와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법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