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인권위는 경찰청장과 보험공단 이사장 등 관련 공무원을 징계하고 경찰청이 보관하고 있는 관련 자료의 삭제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5월과 올 3월 감사원의 권고 등을 근거로 치매와 정신분열증 진료일 수가 180일 이상인 1만3328명에 대한 개인정보를 보험공단에서 넘겨받아 이 중 3000여명을 상대로 수시 적성검사를 실시했다.
인권위는 “수시 적성검사는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6개월 이상 입원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해 실시되는 것인데도 경찰청은 3월 단순히 정신과에서 약물 투여를 받고 치료가 끝난 사람까지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일부 운전면허시험장에서는 수시 적성검사 대상자에게 통보하는 우편물 겉에 ‘정신과 진료자료 첨부’라고 명기해 정신과 진료 사실을 공개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보험공단의 자료를 적성검사에 이용하라는 감사원 권고도 문제가 있다”며 “공단이 정신과 진료 기록을 제공한 것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보험공단에서 정신병력 자료를 통보받는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운전면허 취득 후 신체장애 및 정신장애가 발생했는데도 다음 적성검사 때까지 방치한다면 사회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일단 인권위의 권고에 따르겠지만 감사원과 협의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모씨(38) 등 15명은 6월 중순 보험공단이 경찰청에 자료를 제공하면서 이미 정신과 진료를 끝냈거나 단순 진료를 받은 자신들을 수시 적성검사 대상자로 통보한 것은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