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컴퓨터 저장정보 훔쳐도 처벌못해"

  • 입력 2002년 8월 2일 00시 21분


다른 사람이 컴퓨터에 저장한 정보를 빼내더라도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윤재식·尹載植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기업체의 컴퓨터에 저장된 설계도면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H사 연구개발부장 지모씨 등 2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훔친 대상이 재물이어야 하는데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 자체는 재물에 해당되지 않으며 이런 정보를 복사, 출력해도 정보가 없어지거나 피해자의 이용 가능성을 감소시키지 않는 한 절도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지씨는 2000년 10월 회사 연구개발실에서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된 직물원단 고무코팅 시스템의 설계 도면을 A4용지 2장에 출력한 혐의(절도)로 1,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설계도면이 저작물에 해당될 경우 이 사건 관련자를 저작권법으로 기소해 처벌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컴퓨터 저장 정보의 재산 가치를 보호할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재천(崔載千) 변호사는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이나 형법상 비밀침해죄의 경우 정보의 재산적 가치를 무시하거나 정보를 제3자에게 누설했을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이어서 정보 절도 자체를 처벌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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