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하는 제도도 국제기준으로’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08분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무산된 뒤 정부가 단독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단체장이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공정한 입법을 촉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주5일 근무제에 대해 노사 양측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고 어느 쪽의 주장이 옳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부가 입법을 밀어붙일 경우 노사 양측의 반발을 불러 일으켜 노사갈등이 더 악화되기 쉽다.

박용성(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공개서한은 정부의 입법 추진으로 인한 파장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노사는 이미 정부 입법안의 기초가 될 공익위원안에 모두 반대하고 있다. 국회도 노사간 합의 없이는 입법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터여서 대통령선거 등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연내 입법은 사실상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가 조만간 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하겠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방식과 연차휴가 일수 결정방법 등에 관해 이견이 첨예하게 갈라져 있는데도 입법을 강행할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재계가 주문하는 공정한 입법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처럼 “일하는 제도도 국제기준에 맞추자”는 사용자측의 주장에도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정부는 국제기준을 참고삼아 노사간의 이견조정에 더 노력해야 한다. 섣부른 입법으로 노사정이 충돌하는 것보다는 주5일 근무제의 법제화가 다소 지연되는 것을 감수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난제중의 하나는 기업의욕의 상실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주5일 근무제와 제조물책임법 시행 등으로 경영의욕이 크게 떨어졌으며 실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선진국에 못지 않은 휴식을 취하되 일하는 것도 선진국에 뒤져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야 선진형 노사관계도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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